"목소리·얼굴 똑같아 의심 안 해"…신종 수법에 피해 속출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에서 음성과 영상을 위조해 돈을 가로채는 신종 인공지능(AI)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이멍구 바오터우의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궈모 씨는 지난달 20일 "입찰에 필요한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한 친구의 계좌에 430만위안(약 8억원)을 송금했다.
그는 계좌 이체 후 제대로 송금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친구와 통화하다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고받은 현지 공안당국이 궈씨의 은행 계좌를 정지시켰지만, 이미 93만1천600위안(1억7천만원)은 빠져나간 뒤였다.
궈씨는 "친구와 영상 전화로 통화했는데 얼굴과 목소리가 똑같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기단이 AI를 이용, 친구의 음성은 물론 얼굴까지 위조해 궈씨를 속인 것이다.
사법기관이나 가족·친지를 사칭하는 종전의 보이스피싱 수법이 많이 노출돼 약발이 먹히지 않자 AI를 동원한 첨단 사기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모 업체의 경리는 사장과 음성 통화한 뒤 그의 지시에 따라 2만위안(약 372만원)을 송금했고, 20대 대학생은 3천위안(약 58만원)을 빌렸던 친구의 독촉 화상 전화를 받고 송금했다 피해를 봤다.
작년 2월에는 저장성 원저우의 천모 씨가 이런 수법에 속아 5만위안(약 929만원)에 달하는 송금 사기 피해를 봤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사기범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천씨 친구의 동영상에서 얼굴을 캡처해 AI로 '얼굴 바꿔치기' 영상을 만든 뒤 친구인 것처럼 천씨에게 접근, 송금토록 했다.
2020년에는 상하이의 모 업체 임원이 회사 대표의 얼굴과 음성을 위조한 사기범의 화상 전화에 속아 150만위안(약 2억8천만원)을 송금했다 피해를 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계좌 등 관련 정보를 해킹하고, 해킹한 사람의 SNS에 올라온 사진·영상을 이용하거나 그에게 화상 전화를 해 전화를 잘못 건 것처럼 통화하는 과정에서 음성과 영상을 저장해 위조한다.
이어 해킹한 사람의 가족, 지인 등에게 위조한 목소리와 영상으로 접근,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목소리와 얼굴을 확인하면 별다른 의심 없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심리를 악용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라며 "AI를 이용한 합성 기술이 발전해 사진 한 장이면 그 사람의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굴과 지문 등 개인 생체 정보를 노출해서는 안 되며 얼굴이 드러나는 영상을 SNS에 게시하거나 낯선 사람과 화상 통화하는 것을 자제하라"며 "돈을 요구할 경우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뒤 신중하게 거래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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