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글로벌 대표 "소형화해 내년 한국 시장 출시"
(스와[일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친환경 기술 개발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수익에 큰 도움은 못 되죠. 그러나 사회가 지속 가능한 기술을 원하고 있고, 그를 위한 고효율·초소형·초정밀 기술은 세이코엡손(이하 엡손)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오가와 야스노리 엡손 글로벌 대표는 23일 일본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030년까지 친환경 기술 개발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은 엡손을 만든 야마자키 히사오 때부터 이어져 온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는 야마자키 창업자의 고향이 나가노현 스와시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엡손의 본사는 일본의 많은 대기업이 본사를 수도에 두는 것과 달리 스와시에 자리하고 있다. 스와시는 도쿄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가야 닿을 수 있다.
경제 중심지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스와시는 '일본의 스위스'로 불릴 정도로 스와 호수를 중심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니만큼 스와시에 자리한 엡손의 기술 역시 환경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창업자의 생각이 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 속에 녹아들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엡손은 205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실천하고, 석유와 금속 등 재생이 어려운 지하자원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되겠다는 환경 비전도 제시했다.
내년 한국 출시 예정인 '페이퍼랩' 역시 이 같은 기업 목표에서 비롯했다고 오가와 대표는 밝혔다.
페이퍼랩은 종이 재활용 장치로, 엡손 고유의 '건식 섬유 기술'을 통해 사용한 종이를 분해해 섬유 조직 간 결합 및 가공 과정을 거쳐 새 종이로 재탄생시킨다. 1시간에 A4 용지 약 720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물을 거의 쓰지 않는다.
이 기계는 종이뿐 아니라 섬유에도 활용돼 섬유와 패션 산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패션 디자이너 나카자토 유이마는 버려진 옷을 페이퍼랩으로 재활용해 2023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선보이기도 했다.
페이퍼랩은 환경뿐 아니라 보안에도 강점이 있다고 오가와 대표는 소개했다.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 장치를 먼저 출시한 결과, 고객사로부터 보안에 만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일부 고객사는 사용한 종이를 기계로 파쇄한다고 해도 여전히 보안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기 어려웠는데, 페이퍼랩을 사용한 이후로는 사내에서 사용한 용지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아도 돼 만족한다고 한다"며 "아울러 종이 사용과 파쇄, 재생산, 재활용이 한 곳에서 이뤄져 만족감이 더 올라갔다는 피드백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크기와 가격에 대해서는 고객사가 아쉬움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판매 중인 페이퍼랩의 크기는 본체만 약 2.8x1.4x2.0m, 가격은 약 2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 페이퍼랩의 크기를 현재보다 절반 정도로 줄이고 가격도 경쟁력을 갖춰 한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종이 사용을 줄이려는 '페이퍼리스' 운동이 확산하고 있지만, 아직 프린터가 있어야 하는 산업이 많은 데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인구가 늘수록 페이퍼랩의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오가와 대표는 최근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한국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세이코엡손은
야마자키 히사오는 도쿄의 시계 제작자의 투자를 받아 1942년 시계 제조업체 '다이와 공업'을 스와시에 만든다. 이후 다이와 공업은 시계로 측정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프린터 사업을 시작했고, 이 사업이 성장하면서 시계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현재의 세이코엡손이 됐다. 엡손(EPSON)이라는 이름은 EP(전자 프린터를 뜻하는 영단어 두문자의 조합)와 SON(아들, 자손이라는 뜻의 영단어)의 합성어로, 프린터에서 시작한 사업이 여러 분야로 뻗어나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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