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이래 가장 길었던 주미中대사 공백 5개월만에 해소
외교부 副부장 재임 때 미중갈등 한복판서 지도부 강경기조 집행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의 대미 외교 베테랑인 셰펑(59) 신임 주미 중국대사가 23일(현지시간) 미국에 부임했다.
이로써 주미 중국 대사직은 지난해 12월 30일 친강 당시 대사가 외교부장에 오른 이후 줄곧 비어있다 5개월여 만에 채워지게 됐다. 5개월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주미 중국대사의 공백기로는 최장이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뉴욕JFK 공항을 통해 입국한 셰 대사는 "나는 중국 인민의 대표이며 중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왔다"며 "이것은 나의 신성한 직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중국 인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며, 중·미 교류·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왔다"며 "이것은 나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중·미 관계는 심각한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기에 사명에 대한 영광도 느끼지만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며 "나와 내 동료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책임을 다하며 사명을 더럽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에 대해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공동성명 등)의 원칙에 따라 대만 등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대화를 강화하며, 이견을 관리·통제하고, 협력을 추진해 중·미 관계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964년생인 셰 대사는 주미대사관 공사, 북미대양주사(司) 사장(국장), 미국 담당 외교부 부부장(차관) 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미국통 베테랑 외교관료다.
그는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직을 지냈던 양제츠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000년대 초반 주미대사로 재직할 당시 양 전 위원의 깊은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셰 대사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 특파원(주재원)을 지내는 동안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졌을 때 이에 맞서 '과감하게 투쟁한다'는 이미지를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심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또 2021년 중남미·카리브해 국가의 주중 외교단을 인솔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했을 때 "반중 세력이 신장을 혼란하게 만들고, 종교·민족 갈등을 부추기며, 중국의 안정을 파괴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 낸다"며 서방을 강력 비판한 적도 있었다.
2021년 외교부에서 대미외교 담당 부부장 자리에 오른 이후부터 대사 부임 직전까지 미·중 관계가 요동치는 동안 각종 갈등 사안이 불거졌을 때 미국에 외교 경로로 항의하는 역할을 잇달아 맡았다.
그는 2021년 7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웬디 셔먼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에 요구하는 개선 사항과 중점 우려 사항을 담은 두 가지 목록을 제시했고,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는 심야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도 했다.
전임 주미대사로, 강경한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대명사로 꼽히는 친강 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미지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에 물러서지 않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기조를 충실히 집행할 것이기에 그의 개인적 성향이 현재 중국의 대미외교에 투영될 공간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중국의 신임 주미대사 파견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중 관계 해빙 발언 직후에 이뤄진 데 대해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초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을 미국이 격추한 이후 냉각된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미국 민주·공화당 관계자, 학계 및 싱크탱크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23일 화상으로 제13차 미·중 정당대화가 개최됐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양측 참가자들은 미·중이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해야 하며, 대항과 충돌을 피하고, 글로벌 도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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