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젤렌스키 G7 참석, 명확한 지정학적 분열 나타내"
中 입장선 美 주도 '아·태 버전 나토' 최악의 시나리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요 타깃이 된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에 맞서 공조 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국가들이 아시아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이 중국 내 확산하면서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가 깊어지는 모양새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전날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중-러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미슈스틴 총리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와 교역을 확대해 왔고, 이는 우리의 중요한 친구인 중국에 적용되는 말"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를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중-러 관계 전문가인 알렉산더 코롤레프는 NYT에 "G7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뿐 아니라 중국 문제와 이에 대한 서방의 대응책이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G7 참석은 서방과 중-러 간 더 명확하고 깊은 지정학적 분열을 나타냈다"는 분석도 내놨다.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 조만간 해빙이 있을 것이라며 다소 유화적인 분위기를 만들려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역내에 분쟁을 유발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결집하려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재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통해 미국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상대로 대리전을 벌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아·태 버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게 중국이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Defense Priorities)의 중국 전문가인 라일 J.골드스타인은 중국으로선 역사적으로 깊은 적대감을 품고 있는 일본이 이번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것도 언짢은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G7에서 일본이 미국과 결탁해 유럽을 대만 문제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황소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NYT는 그러나 중국이 이런 곤경에 처한 건 서방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천원칭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치법률위원회 서기는 전날부터 28일까지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외교를 위한 중국의 특사 격인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도 26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러 협력은 강한 복원력과 잠재력이 있다. 어떤 제3자에 의해서도 방해받거나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날렸다.
NYT는 이 같은 양국의 긴밀한 유대 관계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러 나선 중국의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의 완전한 철수'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과연 러시아에 압력을 행사할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중립적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중국 내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패배하면 중국이 서방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퍼져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골드스타인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한 고위 러시아 전문가가 "러시아가 패배하면 중국에 대한 압박은 배가되고 훨씬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에 전했다.
베이징 칭화대 국제 관계 전문가인 류장융도 최근 연구에서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최후 승자가 된다면, 미국-일본-유럽은 다자간 군사 체계를 형성할 것"이라며 "중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 되더라도 국제 안보 환경은 계속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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