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그룹 보고서…"특수부대에 대한 민주적 감독 부재"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영국의 특수부대가 지난 12년 동안 시리아·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나이지리아·필리핀·러시아·수단 등 19개국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해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의 민간 연구그룹 '무장 폭력에 맞선 행동'(AOAV)이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는 2011년 이후 언론에 유출된 공수특전단(SAS)·해군특전단(SBS)·특수정찰연대(SRR) 등 영국 특수부대들의 해외 활동 목록이 담겼다.
영국 특수부대들이 그간 작전을 편 곳은 에스토니아·우크라이나·프랑스·러시아 등 유럽과 알제리·말리·나이지리아·리비아·수단·케냐·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예멘·오만·이라크·시리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곳곳에 분포해있다.
시리아에서의 활동은 특히 두드러졌다. 영국 특수부대는 2012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반군을 돕기 위해 시리아에 들어갔으며, 이듬해엔 영국 의회가 반대한 폭격에 앞서 목표물 식별을 위해 파견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시리아에 특수부대를 파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SAS 소속 매트 톤로가 2018년 시리아에서 숨졌을 때도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그가 낙하산연대 부대원이라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처럼 영국이 직접 전쟁을 벌이지 않는 지역에서도 영국 특수부대가 활동해왔다고 설명했다. 영국 특수부대원 50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이라는 미국의 유출 기밀문건 내용 등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2년 나이지리아, 2019년 필리핀에선 민간인 구출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수부대 활동의 불투명성은 전쟁범죄를 낳기도 한다. 올해 3월에는 SAS가 2010∼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무장 상태의 주민 54명을 사살했다는 의혹에 대한 공개 조사가 시작된 상태다. 영국에서는 전쟁 행위와 관련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특수부대 파병은 의회 승인 없이도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비밀스러운 부대들에 대한 민주적 감독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회의 감독이나 사후 검토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영국 국방부는 이 보고서를 두고 "특수부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역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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