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2천500여명, 스위스 금융당국 상대 230건 행정소송 제기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파산 위기 속에 경쟁 은행인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행정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CS가 UBS에 인수되면서 CS의 채권 가운데 160억 스위스프랑(22조6천억여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 처리한 사안과 관련해 최근까지 다수의 소송이 법원에 접수됐다.
지금까지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2천500명 정도이며 소송 건수로 따지면 230건 정도에 이른다고 로이터 통신이 법원 측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소송 원고는 코코본드로 불리는 AT1 투자자들이다. CS의 UBS 인수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스위스 금융당국을 상대로 AT1 '전액 상각' 조치를 취소하거나 투자 피해를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게 소송의 대체적 취지다.
CS는 UBS에 인수되기 위한 조건으로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이는 인수 협상에 적극 관여한 스위스 금융당국의 지침을 따른 것이다.
AT1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때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CS가 처한 파산 위기가 이런 상각 조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신속한 인수를 위해 AT1 전액 상각 지침을 내린 셈이다.
이는 AT1 채권의 가치를 아예 '0'으로 취급한다는 뜻이어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투자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UBS의 CS 인수 계약에 따르면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일반 주주들에게는 이 정도의 보상이라도 있지만 AT1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투자자들은 문제 삼는 것이다.
이들은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은행 통합이 과연 적절했는지부터 급작스럽게 추진된 CS 인수 과정에서 AT1을 전액 상각하는 조치가 채권 시장 안정성 등에 비춰 과연 합당했는지 등을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위스 금융당국은 전액 상각 조치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FINMA는 "은행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위기가 발생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공공 영역에서 자금을 지원했을 때에는 AT1 전액 상각 조치가 허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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