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에서 우유 소비가 줄고 사료비가 큰 폭으로 뛰는 바람에 축산업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고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이 25일 보도했다.
약 3년간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우유 소비 증가세가 꺾인 상황에서 중국 안팎의 사료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젖소 목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동북 지방 헤이룽장성 자오저우현 리안하이 소재 소 전문협동조합은 갑작스럽게 파산해 젖소 500마리를 무게 기준으로 1근(500g)당 11위안(약 2천원)의 헐값에 팔아야 했다. 원유(原乳)를 수매하는 낙농 기업이 구매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조합의 직원인 라오위는 한때 호황 덕에 7년 장기계약으로 원유를 공급하기도 했으나, 지난 2년 동안 원유 가격은 내려가고 사료비가 오른 탓에 더는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원유를 ㎏당 2위안(약 370원)에 팔고 있으나 사료비를 고려할 때 이 가격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면서, 적어도 ㎏당 3.5∼3.6위안 수준은 돼야 목장 유지가 겨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조합의 목장에서 하루에 12∼13t의 신선한 원유가 생산되기 때문에 이를 처치할 수 없어 도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허베이성 헝수이의 낙농가인 장징은 분유 공장과 원유 수집상에게 원유를 ㎏당 2.3위안(약 430원)에 팔 수 없다면 어지간한 목장은 소를 팔고 목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황기에 젖소 한 마리 가격은 3만 위안(약 560만원)이 넘었으나, 최근에는 통상 1만6천∼1만7천 위안(약 300만∼318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도살장으로 팔리는 가격은 그보다 낮은 1만4천∼1만5천 위안(약 262만∼281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원유 수매 가격은 2021년 8월 ㎏당 4.36위안을 고점으로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이달 셋째 주 현재 네이멍구·허베이 등 중국 내 10개 우유 산지의 공식적인 원유 구매 가격은 ㎏당 3.88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떨어졌다.
제일재경은 2018년부터 중국 내에서 우유 소비가 늘면서 낙농업체들이 공장을 확장하고 낙농가들도 목장 규모를 키웠으나,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유제품 소비 감소와 원유 공급 과잉으로 인해 낙농업계에 불황이 닥쳤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중국 내 우유 생산량은 834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여기에 사료 가격 폭등은 중국 낙농가들을 버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주요 사료인 옥수수와 대두박 가격은 올해 들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팬데믹 이후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함께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옥수수와 대두박의 주요 산지인 남미에서 1∼2년 새 라니냐(남미 페루 인근 동태평양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게다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장기화로 인해 2년 전과 비교할 때 사료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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