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결함으로 초반 25분간 송출 안돼…미 언론 "홍보 전략 실패"
트위터 직원 75% 해고한 뒤 서비스 중단 사고 거듭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부터 인수해 운영 중인 트위터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 출마 행사를 야심 차게 기획했다가 중계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노출하면서 체면을 크게 구겼다.
트위터는 24일(현지시간) 오후 6시(동부 기준)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공화당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를 자임한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주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을 중계할 예정이었다.
머스크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행사 소식을 알리며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기는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 중계는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계가 시작될 무렵부터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속 자체가 아예 되지 않거나, 송출되는 대화 내용이 반복해서 끊기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이어졌다. 이에 행사는 25분 가까이 제대로 중계되지 못했다.
디샌티스와 대담하는 형식으로 이날 행사를 진행한 머스크는 문제가 반복되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친구이자 디샌티스의 후원자로,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크래프트벤처스 창립자 데이비드 색스는 "아주 많은 사람이 여기 몰리면서 서버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위터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사이트의 안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직원들은 이날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6시께 60만명이 넘는 청취자가 몰리면서 트위터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가 작동을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시스템이 복구돼 행사 중계가 다시 시작된 뒤에는 청취자가 27만5천명 정도로 줄었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결국 이번 트위터 중계 차질로 디샌티스의 대선 캠페인이 첫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부정적인 인상을 준 동시에, 트위터 홍보 효과를 노린 머스크의 전략도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NYT는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해 전체 직원의 75%가량을 해고한 이후 트위터 전산 시스템의 기술적인 결함이 반복해서 노출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이날 보여준 트위터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은 현재 트위터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상태와는 얼마나 거리가 먼지 보여주면서 머스크가 최고의 이벤트로 기대한 순간을 당혹스러운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NYT는 꼬집었다.
이날 트위터 중계 실패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디샌티스(DeSantis)의 이름과 참사(disaster)라는 단어를 합친 "디재스터"(#DeSaster)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했다.
아울러 머스크가 그동안 트위터를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플랫폼이라고 거듭 강조해 놓고 특정 대선 후보의 출마 행사를 주최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마이클 샌토로 샌타클래라대 경영학과 교수는 머스크에 대해 "회사 소유주가 어떤 견해를 표현하기 위해 회사의 주요 자원과 힘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과거 자신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혔지만, 근래 몇 년 동안은 정치적으로 우파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 왔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서 이른바 '워크 마인드 바이러스'(woke mind virus)가 민주당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깨어있는' 정도로 번역되는 워크는 흑인사회에서 인종·성 차별 등에 대한 각성을 의미했으나 공화당은 진보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좌파 의제'로 규정한다.
머스크는 또 최근 우파들의 각종 음모론을 공유했으며, 디샌티스를 여러 차례 칭찬하기도 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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