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점령전에 병력·탄약 고갈…추가진격 가능성 희박한 듯
서방무기로 무장한 우크라는 '대반격' 작전 초읽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격전지였던 바흐무트를 둘러싼 양군의 전투가 10개월 만에 러시아의 승리로 마무리된 양상이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군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교통의 요지인 바흐무트를 시작으로 점령지를 더욱 확대한다는 당초 구상이 더는 유효하지 못해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투 초기 러시아 정부는 바흐무트 점령을 발판 삼아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우얀스크 등 서쪽의 더 큰 도시로 진격하길 원했지만, 이제 그런 목표는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도네츠크주 소도시인 바흐무트를 점령하는데 너무 많은 전력을 소모한 탓에 러시아군이 이미 진이 빠진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 사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무기로 수만명 규모의 별도 부대를 편성한 우크라이나는 1천㎞ 가까이 늘어선 전선 어딘가에서 점령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군은 수세를 취한 채 병력을 보충하고 방어선을 보강하면서 이번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만 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방어에 주된 초점을 둔 채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겨울과 올봄 내내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와 크레미나, 아우디우카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전선에서 공세를 펼치기보다는 방어를 굳히는 데 주력해 왔다.
우크라이나군의 이른바 '대반격' 작전의 주된 목표가 될 것으로 관측되는 남부 전선에선 참호와 요새를 겹겹이 구축하고 지뢰를 살포했으며, 남서부 헤르손주에서는 드니프로강이라는 자연적 경계를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군과 대치 중이다.
북쪽에서는 오히려 장갑차와 군용차량으로 무장한 친(親)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이 최근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실질적인 타격보다는 선전효과를 노린 측면이 크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볼 때 러시아가 선제적으로 공세를 펼칠 만한 전선이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렇다고 바흐무트 서쪽으로 진격을 시도하기도 여의찮다. 지친 병력을 추슬러 수㎞ 거리에 불과한 주변 소도시 차시우야르로 향하려 해도 중간 지점 고지대에 구축된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상대로 또다시 격전을 치러야 해서다.
NYT는 "러시아 측은 바흐무트와 주변 접근로 방어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구 7만명의 비교적 작고 이제는 파괴된 도시인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양측 모두는 인력과 물자를 대규모로 투입했다. 이 결정은 양측의 향후 행보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 정보기관과 군사 전문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바흐무트 자체의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다른 전선의 병력과 물자마저 끌어와 바흐무트 점령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우크라이나도 소모전을 피하고 철수해 전력을 보전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한 채 끝까지 맞서 싸우길 선택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연구책임자 마이클 코프먼은 "도시 외부에서 전투가 계속되더라도 이번 장은 막을 내렸다. 비록 병사들은 정치적 고려로 바흐무트 전투를 밀어붙인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갖겠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의 전투의지를 크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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