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장병도 여러분과 같은 희망 가진 이들…자유세계 이끌어나가길"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졸업식에서 깜짝 화상 연설을 통해 시간과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대학 2023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약 10분간 실시간 화상 연설을 하면서 "모든 사람은 석유나 우라늄, 리튬이 아니라 시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이라는 걸 결국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이 사실을 더 빨리 깨닫는데, 그들은 운이 좋은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너무 늦게 이를 깨닫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생에 주어진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면서 이는 모두에게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시간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여러분 인생에 주어진 시간은 여러분의 통제 아래에 있다"면서 "불행히도 러시아의 끔찍한 침략을 겪는 우크라이나인의 시간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우크라이나 장병)과 여러분은 삶에 대해 비슷한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차이는 결국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며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미국 국민들은 이전 세대가 했던 것처럼 위기에 맞서 일어나 유럽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세계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여러분 선조들처럼 계속해서 자유세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세기는 자유·혁신·민주적 가치가 지배하고 폭정이 사라지는 세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이 과학, 저널리즘, 예술 등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 안에서 오래도록 흥미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평화를 기원한다"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연설이 끝나자 약 1만명의 청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대니얼스 총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대니얼스 총장은 "당신의 비전과 끈기, 민주주의와 자유의 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촬영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화상 연설은 졸업식 참가자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극비로 진행됐다.
로널드 대니얼스 존스홉킨스대학 총장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날 연사로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 스탠퍼드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화상 연설에서도 열정을 좇아 살아가라면서 전쟁에 끌려간 이들은 그 기회를 빼앗겼다고 말한 바 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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