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력 감축설 일축…'당국과 관계개선 포석' 관측도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1만5천명 채용 계획을 밝히며 취업난 해결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알리바바는 25일 밤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올해 알리바바의 6개 사업 부문이 총 1만5천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며 "이 중 3천명 이상을 대학 졸업생들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새로운 정세와 기회, 발전에 직면해 알리바바는 자기 혁신과 업그레이드, 우수 인재 모집과 양성을 멈추지 않았다"며 "이는 미래 장기 발전의 활력소"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그룹 내 타오바오, 티몰, 아리윈, 차이냐오 등의 감원설이 퍼지고 있지만, 이는 루머일 뿐 채용이 한창"이라고 밝혀 대규모 구조조정설을 일축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알리바바가 이달 16일부터 30일까지 전체 인력의 20%를 감축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했다.
중국 최대 기술기업 텐센트(騰迅·텅쉰)가 작년 7천여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천200여명을 추가 감축했던 데다 떠도는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알리바바의 감원설은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오히려 대규모 인력 채용 계획을 밝히며 당국이 당면한 최대 골칫거리인 취업난 완화를 위해 '총대'를 메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경제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돌고, 젊은 층의 취업난이 심화했다.
당국은 신규 고용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일자리 창출 대책을 내놨고 딩쉐샹 부총리까지 나서 청년 고용 안정 대책 추진을 독려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바의 대규모 채용 추진은 창업자 마윈이 2020년 10월 핀테크(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미운털'이 박혔던 데서 벗어나 당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윈의 '설화' 이후 당국은 작년 말까지 2년여간 각종 규제와 벌금 부과 등을 통해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군기 잡기'를 대대적으로 벌여왔다.
알리바바 역시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이 불발됐고, 2021년 4월 28억달러(약 3조7천억원)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는 등 당국의 고강도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 3월 회사를 6개 독립 사업단위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마윈도 앤트그룹 경영권을 상실했고,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뒤 1년여간 해외를 떠돌다 지난 3월 귀국했다.
알리바바의 조직 개편 계획이 마윈의 귀국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비록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그가 회사 분할을 주도했고 당국과 모종의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알리바바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천82억 위안(약 38조9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순이익도 235억1천600만 위안(약 4조4천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 162억4천100만 위안(약 3조원)의 순손실을 냈던 데서 벗어나 흑자 전환했다.
당국의 규제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경영난이 가중하자 대규모 감원에 나섰던 빅테크들이 알리바바의 대규모 신규 채용을 계기로 인력 채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텐센트와 바이두 등 많은 빅테크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하며 실적이 개선됐고, 경제 회복에 대비해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는 데다 무엇보다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국의 특성상 최대 사회문제로 떠오른 취업난을 모른 척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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