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에 실은 뒤 상공서 추진체 없이 투하…"패트리엇도 막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러시아가 오히려 옛 소련 시절 쓰이던 구식 폭탄으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피해 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와 미군 당국자, 민간 분석가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전쟁에서 탄도미사일이나 드론 대신 구소련 시절 폭탄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
그중 일부는 구소련 당시 대량 생산됐던 저항력 폭탄 FAB-500 M62 등을 활공폭탄으로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며, 전투기에서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NYT에 따르면 폭탄 자체는 구식이지만, 탄도미사일과 달리 추진체가 없고 드론 대비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격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탄이 떨어지는 시간은 길어도 70초 정도로,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투하된 폭탄이 방공 레이더에 등장하자마자 사라져 곧바로 마을에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 국방 당국자에 따르면 일부 개조된 폭탄은 Su-34 또는 Su-35 전투기를 통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닿지 않는 러시아 점령지 상공에서 투하돼 전선을 넘어 32㎞ 이상 활공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에 떨어진 1천100파운드(약 500㎏) 개조 폭탄에 대해 "전쟁에서 가장 최근 발생한 파괴적인 반전"이라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이안 윌리엄스는 이 구식 폭탄이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보다 격추하기 힘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킨잘은 고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해 탐지와 추적이 용이하다"며, 이와 달리 활공 폭탄은 우크라이나가 들여온 패트리엇의 요격 범위 밖에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산 미사일 방어체계 패트리엇을 통해 러시아의 킨잘 여러 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활공 폭탄의 위력을 들며 F-16 전투기가 하루 속히 투입돼야 한다고 동맹국들을 재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 유리 이흐나트는 "폭탄을 격추하려는 시도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이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폭탄을 투하하는 전투기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도 활공폭탄 수십발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운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우크라이나 공군 중령 데니스 스마주니는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공격할 해결책을 찾아내고 있고 우리는 이를 격추할 해결책을 찾아낸다"며 "진화, 대응, 진화, 대응으로 이어지는 끝나지 않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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