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에 2025년말 가동 목표…연산 30GWh 규모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대전 승기잡을 발판", LG엔솔 "북미 전기차시장 주도"
국내 완성차·배터리 美 합작법인은 현대차·SK온 이어 두번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5조7천억원을 투자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 연간 약 30만대 물량의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공장을 짓는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배터리 업체와 함께 북미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SK온에 이어 두 번째로, '배터리 동맹'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적극 대응하고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2025년 가동 목표…"美 전기차 수요 적기 대응"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이사회를 각각 열고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합작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이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들어선다. 생산 규모는 약 30기가와트시(GWh)로,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예상 투자 금액은 오는 2028년까지 6년간 5조7천억원 규모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 총액의 절반을 50%씩 출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합작법인의 차입으로 마련한다.
양측은 곧 합작법인 설립 절차를 마무리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2025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현대모비스[012330]가 배터리 팩으로 제작한 뒤 HMGMA를 비롯해 현대차[005380] 앨라배마 공장, 기아[000270] 조지아 공장 등 현대차그룹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전량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생산 차량에 최적화된 배터리셀을 현지에서 조달해 고효율·고성능·안전성이 확보된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적시에 생산,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미국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1년 64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453GWh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만 63%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이번 협력을 통해 핵심 전략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고객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생산공장은 8개로 늘게 됐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양측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현대차 대표이사 장재훈 사장,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권영수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체결식에서 "글로벌 배터리 선두기업이자 핵심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 설립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대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고 북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역량, 독보적 제품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동맹'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양측은 2021년 약 11억달러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카라왕 산업단지 내 배터리셀 합작사를 설립, 2023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 10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상반기부터 배터리셀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양측은 미래 전기차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서 2009년 현대차그룹의 첫 친환경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부터 시작해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6 등 주요 친환경차에 대한 배터리 공급 협력을 진행해왔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완성차·배터리 '동맹' 가속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SK온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도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총 6조5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전기차 약 30만대 분량에 해당하는 연간 35GWh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2025년 가동이 목표다.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의 동맹은 가속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혼다와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을 세우고 약 5조8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연간 생산 능력 4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말 완공, 2025년 말 양산이 목표다.
앞서 포드, 튀르키예 최대 기업 코치와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삼성SDI[006400]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은 이달 초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포드와 현대차 북미 합작법인 외에도 다양한 고객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볼보 등과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배터리 기술을 일부 공유받을 수 있고, 배터리 업체는 수주 물량을 선점하고 완성차 업체와 공장 건설비 등을 분담해 투자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윈-윈'(win-win)인 셈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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