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실리콘밸리'서 회의·전시·교역 결합한 포럼 개최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 대규모 이벤트인 '중관춘 포럼'을 열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과제인 과학기술 혁신 성과를 자랑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은 1988년 중국 정부로부터 최초로 지정된 첨단 기술 개발구로, 중국 첨단 산업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대학만 41개가 있고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등 국가연구소가 200곳이 넘으며 2만7천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인재 양성과 신기술 개발의 메카로 꼽힌다.
지난해 중관춘 입주 기업의 총수익은 8조7천억 위안(약 1천6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은 2007년부터 이곳에서 회의·전시·기술 교역 등을 종합한 중관춘 포럼을 열고 자국의 과학기술 성과를 알리며 세계와 교류하고 있다.
26일 찾아간 중관춘 포럼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된 것을 만회하려는 듯 화려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오전에만 글로벌 엔지니어링 혁신, 글로벌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혁신, 디지털 의학 혁신, 미래 과학기술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토론회가 동시에 열렸고, 전 세계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청중들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한마디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발표 화면을 녹화하고 메모하는 열정을 보였다.
오후에도 글로벌 오픈 소스 혁신, 팬데믹 대응과 국제협력, 데이터 보안 거버넌스 및 발전 등에 대한 전문가 토론이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토론회마다 중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국의 견제 등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과학기술 성과를 자랑하면서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를 우려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이 계속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전 세계에 발전 기회를 제공해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강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14억 소비자를 가진 국가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약속을 계속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전날 포럼 개막식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과학기술의 국제협력과 개방을 강조한 것도 반도체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중국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포럼 기간 중국은 세계 80개 국가와 지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55회의 발표 및 토론을 비롯해 150회의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럼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국제화, 첨단화, 전문화를 중심으로 분과 포럼·기술거래·전시관람·성과발표·프런티어 대회·부대 행사 등 6개 분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 양자과학,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광범위한 첨단기술을 통해 세계 과학기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비즈니스 협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최신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장에서 1㎞가량 떨어진 전시장은 2만7천㎡ 규모로, 미래 과학기술의 집합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첨단기술, 미래산업, 정보기술, 의약, 친환경 등으로 전시관을 구분해 650여개의 기업이 자사의 발전전략을 공개했고 각 지방정부도 별도의 전시관을 만들었다.
전시관에는 일반 관람객보다는 기업 관계자나 연구소 연구원들의 단체 관람이 주를 이뤘다.
회사 동료들과 전시관을 찾았다는 중국인 남성 천모 씨는 "중관춘 포럼은 중국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라며 "전시관 곳곳을 둘러본 뒤 동료들과 함께 회사의 미래 비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과학기술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정보화부, 베이징시 등이 공동 주최하는 중관춘 포럼은 '개방·협력으로 미래를 함께하자'라는 주제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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