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중앙은행 매파 신호 쏟아지자…연내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식으며 채권 금리가 두 달 만에 기준금리 위로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이 다시 변동성 확대 구간으로 들어섰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고채 3년물(연 3.524%)·5년물(연 3.550%)·10년물(연 3.639%)이 모두 기준금리(연 3.50%)를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3월 이후 두 달 만이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지난 3월 13일 이후 이달 25일까지 줄곧 기준금리를 밑돌았고, 10년물도 지난 3월 13일부터 기준금리를 계속 하회하다가 지난 24일부터 연 3.5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 등을 거래할 때 기준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평시라면 초단기물 금리가 기준금리와 유사하고, 국고채 3·5·10년물 등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점점 높아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은 미국을 필두로 이어졌던 기준금리 인상 행렬이 끝나고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며 기준금리마저 밑도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뒤바뀌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점이 확인되자 시장은 동요했다.
지난 5월 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결정되자 시장은 이를 마지막으로 6월부터는 기준금리 동결 수순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상태였다.
그러나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FOMC 내부 분열 양상이 확인되면서 '6월 금리 인상', '6월 금리 동결 후 7월 인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절대로 (기준금리 인상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매파적 발언을 하자, 시장에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성급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금리가 즉각 반응했다.
조용구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최근 한미 중앙은행발 메시지로 시장 내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분위기"라며 "이 총재가 여러 보강된 논리로 매파적 발언을 제기해 시장을 설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지난 25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 필요성을 언급해 적자국채 발행 부담감이 생긴 점도 금리 상승에 한몫했다.
현재 시장은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5조∼15조원 사이가 될 걸로 예상하는데 향후 논의에서 이보다 규모가 늘어난다면 금리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재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5월 채권시장은 변동성 확대 구간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달 국고채 3·5년물의 전일 대비 금리 변동 폭이 5bp(1bp=0.01%포인트) 이상인 거래일 수는 각각 4거래일에 그쳤으나, 이달 들어서는 3년물과 5년물이 각각 7거래일, 8거래일로 곱절로 늘었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이후 오히려 통화정책 관련 모멘텀은 사라지고 잡음이 부각되면서 금리 인하 논의가 다시 구체화하기까지 시간적 간극이 발생했다"며 "그 사이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 변동성 확대 국면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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