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사장 후보군 불투명 속 업계 일각 "10월∼연말까지 공석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정승일 전 한국전력[015760] 사장이 사퇴한 이후 최대 에너지 공기업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2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당초 한전은 지난 26일 정기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안건 미정을 이유로 일정 자체를 취소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장의 중도 사퇴 시 1개월 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한전은 다음 달 중순께까지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를 꾸려야 한다. 정 전 사장의 사직서는 지난 19일 수리됐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와 여권 안팎에선 한전 임추위가 구성된 이후에도 후임 한전 사장이 선임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음 달 말께 후임 사장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여름철을 넘겨 오는 10월이나 이후 연말까지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전 사장 사퇴 이후 관가와 여권 안팎에선 후임 사장 후보군 하마평조차 거론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전의 공백이 길어져서도 안 되지만, 좋은 인물이 보이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경엔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데다, 총선 전 개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정치적 스케줄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면서 한전의 자구책을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정 전 사장이 갑작스레 사퇴를 표명하는 등 '후임 시나리오'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여권발 정치 일정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전은 공공기관 중 덩치가 크고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운 현 정부 에너지 정책과도 밀접해 정치적 무게감도 작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데 이어 한전 사장으로 임명된 정 전 사장을 두고 현 여권이 불편해했던 것도 한전 사장직의 이 같은 정무적 성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전 사장 후보군은 내년 총선 후보군과도 상당 부분 겹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총선 전으로 점쳐지는 개각도 변수로 꼽힌다.
따라서 총선 출마자, 공석인 공공기관장,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처 장관직 등 후보군 사이에서의 여권 내 '교통정리'와 맞물려 후임 한전 사장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의 수장 자리를 마냥 비워둘 수는 없다.
당장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 이행과 일부 직원들의 비리가 불거진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의 출연금 재조정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전 사장의 경우 6개월 이상 비워둘 순 없어서 유력한 총선 후보군 중 적임자를 찾게 될 것"이라며 "다만 공석인 기타 공공기관장직에 대해서는 서둘러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총선 전 교통정리 시 정무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wi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