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유통그룹 자존심 걸린 일전…소비침체 속 고객끌기 총력전
2.8조 신세계 강남점, '명품' 앞세워 1위 아성 지키기
2.6조 롯데 잠실점, '규모' 활용해 본점이 내준 1위 탈환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국내 첫 단일 점포 매출 3조원' 타이틀을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대 유통그룹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 업계 관심이 뜨겁다.
현재 판도는 신세계[004170] 강남점이 3조원 고지에 가장 근접한 가운데 롯데 잠실점이 맹렬히 뒤를 쫓는 모양새다.
◇ '2조8천억원' 대 '2조6천억원'…1·2위 자존심 대결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8천398억원으로 국내 백화점 전체 1위다. 2016년 롯데 명동 본점을 제치고 처음으로 매출 1위를 차지한 이래 6년 내리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남 최고의 부촌이 주변에 밀집해있는 데다, 주말 하루 유동 인구가 100만명을 웃도는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한 덕에 고소득 VIP 고객과 대중 고객을 모두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를 토대로 개점 10년 만인 201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단기간 '1조원 점포' 타이틀을 얻었고, 2019년에는 '국내 첫 2조원 점포'라는 기록을 썼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조원 매출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최근 5년간의 매출 추이(전년 대비)를 보면 2018년과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도 가파르다.
매출 기준으로는 174년 역사의 영국 해롯,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등 글로벌 유수의 백화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현재의 매출액으로보나 성장세로 보나 첫 '3조원 클럽'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점에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에 맞서는 롯데 잠실점은 '유통 명가'의 영광을 재현할 선두 주자로 꼽힌다.
잠실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5천981억원으로 3위 롯데 본점(약 1조9천343억원)과는 다소 큰 격차로 2위에 올랐다. 롯데백화점 중에서는 처음으로 매출 2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신세계 강남점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명품관인 에비뉴엘, 복합 쇼핑 공간인 롯데월드몰이 기존의 백화점과 시너지를 창출하며 초대형 쇼핑 타운으로서의 위상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롯데자산개발에서 롯데쇼핑으로 사업권이 넘어간 롯데월드몰이 잠실점에 합류하며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잠실점의 통합 영업 면적은 5만7천여평으로 신세계 강남점(약 2만7천평)의 두배를 넘는다.
입지도 신세계 강남점에 뒤지지 않는다. 고소득층이 다수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데다, 접근성이 좋고 유동 인구도 많다. 롯데월드몰은 개점 3년 만인 2017년 누적 방문객 1억명을 돌파해 주목받았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4년 6개월 만에 누적 여객 1억명을 달성한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다.
◇ 신세계는 '명품', 롯데는 '체험형 매장'으로 승부
사상 첫 매출 3조원 목표를 향한 두 점포의 경쟁은 치열하다.
신세계 강남점은 롯데에 비교 우위를 점하는 명품 매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강남점은 단일 점포로는 최대 규모의 명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패션, 잡화, 화장품, 주얼리 등 카테고리별로 글로벌 최고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브랜드별 매장 수를 보면 구찌가 5개로 가장 많고 에르메스와 샤넬, 디올은 각 4개, 루이비통은 3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강남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25∼30%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매장 재구조화 작업도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영패션 매장을 새롭게 꾸며 업계 최초로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7층 신관을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부터 국내 남성 패션까지 한데 모은 남성전문관으로 새단장하고 구매력을 가진 MZ 남성을 타깃으로 추가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롯데 잠실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규모를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한 체험형 점포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양상이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닌, 관광과 문화 콘텐츠가 어우러져 고객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형 쇼핑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잠실점의 전략이다.
최근 롯데월드몰에서 선보인 체험형 테니스용품 매장 '더 코트'가 단적인 예다. 150평 넓이에 실제 테니스 코트를 설치해 열흘간 20만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도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유명 명품 매장을 보강하며 '쇼핑 성지'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롯데는 백화점과 에비뉴엘, 롯데월드몰에 각각 부점장을 두고 개별 점포의 특성에 맞는 마케팅과 상품기획을 전담하게 하는 등 잠실점을 랜드마크로 키우기 위해 자원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두 점포의 이러한 전략이 먹혀 올해 안에 매출 3조 백화점이 탄생할지는 미지수다. 소비 침체가 심화하며 업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 활동 재개와 함께 나타난 '보복 소비' 현상으로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한 데 따른 '역기저'도 부담이다.
산술적으로 올해 매출 3조원에 이르려면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대비 5∼6%대, 롯데 잠실점은 20%대의 매출 증가율을 달성해야 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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