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내달 1~2일 사회보장·연금까지 지불…이후 잔고 바닥"
의회 29일까지 휴회…바이든 "합의한다는 증거 오늘밤 나올 수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최인영 기자 = 미국 백악관과 의회간 부채한도 인상 협상이 일부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협상이 불발될 경우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당초 내달 1일(현지시간)에서 5일로 다소 늦춰졌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부채한도 인상 협상을 둘러싼 상황이 "매우 낙관적"이라며 26일 밤 12시 전까지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서한을 보내 "의회가 내달 5일까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지불 의무를 다할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재무부가 다음달 1~2일 돌아오는 1천300억달러 규모의 사회보장 및 군인연금 지급은 맞출 수 있다면서 "이 지출로 재무부 금고는 극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그간 의회가 내달 1일까지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목해 왔다.
전날 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날도 실무 협상을 이어가며 합의안 도출에 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29일)를 앞두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떠나기 전 백악관 브리핑에서 "부채한도와 관련해 상황이 좋아 보인다"며 "나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밤 자정이 되기 전에 우리가 합의한다는 어떤 분명한 증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합의에 아주 근접했고 나는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상황에 대한 추가질문에 "협상이 계속 되고 있다"며 "우리가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오늘밤에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앞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 "전날(25일) 저녁 실무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졌다"며 협상이 중대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카시 의장은 "최종 타결이 이뤄질 때까지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오늘도 협상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양측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2년간 연방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대신 현재 31조4천억달러(약 4경2천조원) 규모의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혔다고 보도했다.
재량 지출 가운데 국방과 보훈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협상안에 고소득자 및 기업의 탈세를 단속하기 위해 할애한 800억달러 가운데 100억달러를 삭감하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해당 조항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매년 세수를 초과하는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를 발행하며, 이 부채의 한도는 의회에서 결정한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하원에서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사회보장 등 분야에서 연방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예산법안을 처리하며 백악관 및 민주당과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차기 합참의장 지명 행사에서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며 디폴트는 옵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방법은 초당적 합의로, 이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며 "의회는 지금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일단 디폴트 예상 시한이 내달 5일까지로 늦춰지면서 협상을 벌일 시간을 더 얻게 됐지만 양측간 내부 설득 및 법안 처리를 위한 실무 절차를 고려하면 시한은 여전히 빠듯하다.
의회는 29일 메모리얼 데이까지 휴회한다.
하원의 경우 법안 처리를 위해 사흘간 숙려 기간을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물리적 시한은 여전히 촉박하다.
메모리얼데이 연휴 모드에 들어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 휴식을 취한 뒤 28일부터는 윌밍턴 자택에 머물 예정이다.
내부 강경파 설득 역시 관건이다.
공화당 강경 보수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협상안 수용 불가 방침을 천명했다.
프리덤 코커스 대표인 랄프 노먼 하원의원은 이번 협상을 '물타기'라고 규탄하며 "완전히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가 합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수정헌법 14조를 발동해 자체적으로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 이행은 준수돼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으로, 일부 헌법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아도 대통령에게 국채 발행 권한이 부여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 옐런 재무 장관을 비롯해 다수는 위헌 소송 및 부작용 등을 우려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대통령은 수정헌법 14조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14조 발동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의회가 그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대통령은 가능한 조속히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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