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특사 순방 반기면서도 중러밀착 탓 '정직성' 의심
WSJ "유럽, '러 철군없는 종전안'에 반대입장 전달"
"中에 러 핵사용 만류·군사지원 금지·침공비판 3대 요구"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기 위해 유럽을 순방한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즉각 휴전을 촉구했지만 유럽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러 유럽 외교관의 전언을 종합하면, 리 특사는 이달 우크라이나, 폴란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을 방문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더 확산하기 전에 신속히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는 러시아의 소유로 남게 된다.
리 특사는 또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그들의 자율성을 주장할 것과 중국을 미국의 경제적 대안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유럽 외교관들은 중국이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전쟁 이후 그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기 때문이다.
유럽 외교관들은 리 특사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리 특사와 대화한 한 외교관은 "러시아군이 철수하지 않는 한 전쟁을 멈추는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외교관은 또 리 특사에게 "미국과 유럽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외교관은 중국이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지 않고 핵무기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중재안이 이번 전쟁에 대해 중립적이지 않고 러시아에 편을 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핵심적인 경제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전쟁 이후 중국은 러시아의 에너지를 대거 사들이는 한편 러시아에 컴퓨터 반도체와 같은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정책을 약화하기 위해 유럽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유럽은 미국과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에 리 특사와 만난 일부 유럽 외교관들은 리 특사에게 유럽 동맹국들의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 ▲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계속 압박하고 ▲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며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해야 한다는 3가지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또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 시설인 자포리자 원전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에 중국도 힘을 보탤 것도 요청했다고 전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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