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를 무기로…러, 미사일로 우크라 댐까지 폭파

입력 2023-05-27 09:47   수정 2023-05-27 17:16

홍수를 무기로…러, 미사일로 우크라 댐까지 폭파
우크라 "하류 보급로 차단하려는 것" 관측
민간인 고통…주민 대피·하류마을에 홍수경보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한 댐을 폭파해 홍수를 무기로 사용했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군이 전날 동부 도네츠크 지역 카를리우카 댐 수문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하류 보급로 차단에 나섰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 군사행정 수장 파울로 키릴렌코는 텔레그램을 통해 파괴된 댐에서 급류가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지역 당국은 주민 26명을 대피시켰고, 보우차강 하류 마을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키릴렌코는 러시아가 지난 수개월간 이 댐을 "지속해서 폭격했다"며 "주로 민간인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번 공격으로 인해 최전방 인근의 우크라이나군 군사작전 지역이 침수됐고, 댐 하류 지역은 '안보 문제'로 봉쇄됐다고 전했다.
피해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제59여단 대변인은 "러시아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다"라며 "그들은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러시아는 작년 9월에도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흐 인근 댐에 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해 수문 2개 중 1개를 폭격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인훌레츠강 하류의 우크라이나군 부교를 없애기 위해 이러한 공격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부교는 피해가 없었지만, 인훌레츠강 수위가 한때 2m 상승했고 크리비리흐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겼다.
러시아는 이 공격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킨잘 미사일 총 7발을 사용했는데, 댐 폭파의 군사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드니프로강의 수력발전 댐을 폭파해 카호우카 저수지의 물을 방류할 위험성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하류 강변 주거 지역과 군사기지를 침수시키거나 저수지에서 냉각수를 끌어오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위협하기 위해서라는 게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카호우카 댐 부지의 동쪽 둑을 점령하며 수문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미 알 수 없는 이유로 저수지 수위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겨울 저수지 수위가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우크라이나 상류 마을이 수도공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봄에는 수위가 위험 수준으로 높아지도록 방치됐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지구 데이터 업체 테이아 등에 따르면 최근 카호우카 저수지 수위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불어올라 홍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 전차의 키이우 진입을 차단하고 방어 준비 시간을 벌기 위해 댐의 수문을 폭파해 이르핀강 골짜기를 침수시켰고, 이로 인해 주택 수십 채가 물에 잠긴 바 있다.

acui7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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