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일본과 갈등 속 시안사변·조선독립군 항일 지원 재조명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과 대만·일본의 갈등이 고조한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시안사변'을 일으켜 국민당과 공산당의 합작을 성사한 장쉐량(張學良·1898∼2001)이 때아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말인 27일 랴오닝성 선양의 장쉐량 고택 박물관에는 온종일 인파들이 몰렸다. 고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올해 들어 주말과 휴일만 되면 반복되는 모습이라고 매표원이 귀띔했다.
입장권을 사야 들어갈 수 있고, 장쉐량이 사용하던 가재도구며 그와 가족의 사진들이 전시된 것이 전부이지만, 선양은 물론 외지에서도 방문객이 몰린다.
올해 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3일) 때는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이 기간 장쉐량 고택 박물관 입장객은 12만명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배가 급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72% 증가한 수치로, 노동절 연휴 때 선양의 유명 관광·유적지 가운데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작년 1월 선양에서 그의 아버지이자 만주의 군벌이었던 장쭤린(張作霖·1873∼1928)을 기념하는 교통카드가 출시됐다가 비난 여론과 철회 요구가 빗발쳐 취소됐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런 분위기 변화는 최근 중국의 대만·일본과의 관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둔 가운데 중국은 대만 독립을 지향하며 미국과 공고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는 집권 민진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반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하는 제1야당 국민당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국민당의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12일간 중국을 방문했고, 중국 당국은 이들을 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36년 12월 국민당 소속이었지만, 장제스를 구금하는 '시안 사변'을 일으켜 국민당과 공산당의 합작을 끌어낸 장쉐량의 '업적'이 다시 부각한 것이다.
시안 사건 덕분에 수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공산당은 전열을 정비, 반격에 나서 국공내전에서 승리하며 중국을 통일했고, 국민당은 대만으로 패퇴했다.
일본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향해 날을 세우는 가운데 일제에 맞섰던 장쉐량의 항일투쟁도 재조명되고 있다.
장쉐량 일대기에는 만주를 장악했던 그가 1920년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토비 정벌에 나섰다가 자무쓰에서 우연히 만난 조선 독립군 청년의 애국정신에 감동해 은밀히 조선 독립군에게 총과 탄약을 지원, 항일투쟁을 도운 것으로 기술돼 있다.
1920년 10월 북로군정서의 김좌진 장군이 지린성 허룽의 청산리 전투에서 일본군 5천여명을 궤멸하며 대승을 거두는 등 조선 독립군이 만주 일대 항일투쟁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시안 사변 이후 연금됐던 장쉐량은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넘어갈 때 끌려가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다 리덩후이 총통 때인 1990년 명예가 회복되고 1993년에야 연금에서 풀려났다.
이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여생을 보내다 2001년 10월 사망했다.
선양의 한 중국인은 "장쉐량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대만·일본과의 관계나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진다"며 "지금은 그가 비록 국민당 편에 서서 공산당에 맞섰지만, 국공 합작을 성사했고, 항일투쟁에 나섰던 그의 애국주의 정신에 중국인들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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