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건 계기로 경제지형 바뀔 수 있어…韓기업에 먹거리"
비유럽국 최초의 ITF 수장…"임기중 다양성 강화 힘쓰겠다"
(라이프치히=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세계교통포럼(ITF)이 우크라이나 재건의 '지식 파트너'(knowledge partner)가 되려 합니다. 교통 재건 계획, 중장기 전략 수립을 돕고 관련 정책도 추천하겠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장관급 교통정책 협의체인 ITF를 이끄는 김영태 사무총장이 ITF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싱크탱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유럽국 최초의 ITF 수장인 김 사무총장을 교통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독일 라이프치히 교통장관회의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만났다.
국토교통부 국장 출신인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5년 임기의 사무총장 재선에 성공해 2027년까지 ITF를 이끈다.
ITF는 지난해부터 교통장관회의 프로그램에 '우크라이나 특별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마련했다. 올해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23개국 장·차관과 8개국 실무진이 참가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재건사업 자금 조달과 구체적인 프로젝트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김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는 그간 자유 진영과 러시아의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해왔다"며 "지금까지 철도 시스템 등이 모두 러시아식이었지만, 전쟁으로 무너진 뒤 새로 건설하는 인프라는 서구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뛰어들어 주도할만한 먹거리가 분명하다"며 "긍정적인 부분은 여러 나라가 한국에 대해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ITF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분석 자료를 내놓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망가진 공급 채널, 무역 통로를 재건하는 과정에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경합할 것"이라며 "(도로·철도 라인을) 어느 쪽으로 끌어가는지에 따라 경제 지형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 재건 방향을 놓고 해당 지역 국가들, 유럽연합(EU), 미국의 입장이 갈릴 수도 있다.
발트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은 벌써부터 도로와 철도건설에 적극 나섰다. 아드리아해·발트해·흑해 3개 바다로 둘러싸인 12개국 협의체인 '3개 바다 이니셔티브'(Three Seas Initiative)도 서로 연결되는 철도·도로·항만 종합교통망을 구축해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
김 사무총장은 임기 중 회원국을 최대 80개국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올해 교통장관회의에서 브라질과 코스타리카의 신규 가입이 승인돼 회원국은 66개국이 됐다.
김 사무총장은 "ITF는 2006년 유럽 중심으로 출범했지만, 남미와 아프리카로 회원국의 다양성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ITF는 2차 대전으로 파괴된 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1953년 구성된 유럽교통장관회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6년 '더블린 선언'을 통해 비유럽국으로 확장을 시작했다.
회원국 중엔 러시아와 벨라루스, 중국이 포함돼 있다. 미국·영국 등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탈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ITF 정관은 강제 탈퇴 규정을 명시하지 않고 있어 공존하는 중이다. 러시아, 벨라루스는 올해 회의에는 온라인으로만 참석할 수 있었다.
올해 회의에선 기후변화에 대해 회원국들이 한목소리를 낸 게 특징이다.
탈탄소가 가장 어려운 항공·해운 분야 탄소 배출 저감 방안까지 논의 테이블 위에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친환경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으며, 연구 결과와 경제성 분석 자료가 역시 다수 나오고 있기에 이를 회원국과 적극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