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9m)의 베이스캠프를 옮기려던 계획이 셰르파들의 반대로 좌초됐다.
29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를 떠받치는 '쿰부 빙하'가 녹음에 따라 추진하던 계획에서 한발짝 물러났다.
네팔 정부는 지난해 해발 5천364m 높이에 있는 EBC를 200∼400m 아래 빙하가 없는 곳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지만, 네팔 등반산업의 중추인 셰르파 단체들의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네팔 관광부 관리들과 네팔산악연맹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등반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의견이 9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베레스트 산지 대부분에 걸쳐 있는 지방자치단체 쿰부 파상글라무 의장 밍마 셰르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공동체 내에서 EBC 이전에 찬성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못 봤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캠프를 옮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네팔 셰르파의 대표 격인 네팔국립산악가이드연합회의 앙 노르부 셰르파 씨도 "EBC는 그곳에 70년간 존재했다"며 "옮길 이유도 없고, 옮기려 해도 마땅한 곳에 대한 연구가 있느냐"며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쿰부 빙하는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다른 빙하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해 왔다.
2018년 영국 리즈대학 연구진은 EBC 근처의 빙하 두께가 매년 1m씩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진의 현장 조사에서도 에베레스트산에 있는 연못들이 합쳐지면서 호수가 더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 연구 3개년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영국 공립 애버리스트위스대학교의 브린 허바드 교수는 "얼음이 녹으면 돌무더기 아래 지표면이 변형되면서 연못들이 생기고, 이 연못들이 합쳐져 큰 호수들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악인들과 정부 관계자들도 EBC 한가운데서 물길이 흐르기 시작했고 땅의 균열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알펜글로우 익스페디션'이란 산악 가이드 회사를 만든 에이드리언 발링거 씨는 에베레스트산의 눈사태와 낙빙, 낙석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EBC 이전 계획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팔산악연맹의 니마 누루 셰르파 회장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EBC를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셰르파들은 EBC가 아침 일찍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임명된 수단 키라티 네팔 관광부장관은 "누구도 이 문제에 흥미를 보이거나 관심을 갖고 않다"며 "이는 그리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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