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반도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긴장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르비아의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가 정치적 메시지를 남겨 논란을 빚고 있다.
세계랭킹 3위인 조코비치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플라비오 코볼리(159위·이탈리아)를 3-0(6-0 6-2 7-5)으로 제압한 뒤 관례대로 중계 카메라 렌즈 앞에 붙은 유리판에 사인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코비치는 여기에 세르비아어로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이라며 "폭력을 멈춰주세요"라고 적었다.
이는 지난 4월 코소보 북부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알바니아계 시장이 당선된 이후 이 지역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언급한 것이다.
코소보 인구 180만명 가운데 알바니아계는 92%, 세르비아계는 6%를 차지한다.
세르비아계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와 인접한 코소보 북부 지역에 거주하며 실질적인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자신들의 영토라고 여기는 코소보 북부에서 지난 4월 코소보 정부 주도로 지방선거가 실시되자 이들은 투표를 거부했다. 그 결과 불과 3.5%의 투표율로 알바니아계가 시장직을 휩쓸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시장 출근 저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평화유지군 병력이 세르비아계 시위대와 충돌해 수십명이 다쳤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메시지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한 것"이라며 "공인으로서 지지를 표명할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소보에서 태어난 사람의 아들로서 우리 국민과 세르비아 전체를 지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코소보와 세르비아 국민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지지를 보여주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분리 독립을 인정하지 않으며 코소보를 여전히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과거에도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 "세르비아 전체" 등의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조코비치는 정치적 메시지를 작성한 것에 관해 프랑스오픈 조직위원회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소셜미디어(SNS)에선 조코비치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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