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설립 테라파워, 美정부와 차세대 '용융염 원자로' 실험 추진
前NCR 위원장 등 "핵확산방지 위협"…테라파워 "상용원전엔 저농축 사용"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원자력 규제에 관여했던 미국 전직 고위 관료들이 핵무기 제조 물질인 고농축 우라늄으로 가동되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앨리슨 맥팔레인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 등 전직 NRC 위원과 전직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 등 전문가 그룹은 이날 미 에너지부에 서한을 보내 용융염원자로(MCR) 실험 사업이 안보 위협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매우 초기 단계에 불과한 이 에너지 기술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편익에 비해 국가 안보에 가해질 수 있는 위해가 더 크다"라고 우려했다.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도록 미 정부가 승인한 차세대 원자로 실험이 다른 나라의 유사 실험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게 안보 위협 우려의 근거다.
용융염 원자로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한 유형으로, 냉각제로 용융염화염을 사용해 기존 원자로 대비 냉각 효율과 안전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차세대 원자력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다수 국내 기업도 테라파워 사업에 협력 중이다.
전직 NRC 관료들은 에너지부가 승인한 테라파워의 MCR 실험에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번 실험 프로젝트에는 순도 93%의 고농축 우라늄 600㎏이 사용될 예정이다.
맥팔레인 전 위원장 등은 개발 기간과 비용을 좀 더 투여한다면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대체해 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에너지부는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경우 목표로 하는 원자로 소형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원자로는 가동 중단 후 해체될 예정이라고 에너지부는 설명했다.
테라파워는 상업화를 추진하는 원자로에는 고농축 우라늄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테라파워 관계자는 로이터에 "테라파워가 생산하는 상업용 원자로가 고농축 우라늄으로 가동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부와 추진하는 MCR 실험 프로젝트는 핵무기급 우라늄을 다룰 수 있는 아이다호 국립실험실에서 이뤄지며, 이와 별개로 워싱턴주의 테라파워 자체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MCR 개발 실험은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고 테라파워 측은 설명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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