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점' 파운드리 사업서 성과 미비…엔비디아가 시총 8배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한때 업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만해도 이미 주식 시가총액이 인텔의 8배에 이를 정도로 경쟁자들은 멀찌감치 달아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인텔이 '수렁'(mud hole)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10년 사이의 위상 추락을 소개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자칫 더 민첩한 경쟁자들에 밀려 옛 이야기 속의 미국 기술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업체 엔비디아는 인텔을 뛰어넘어 미국의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쟁업체들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와 관련해 인텔을 따라잡았고, 줄곧 뒤처져있던 AMD는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인텔은 새로운 반도체 공개가 계속 지연되고 있으며, 예비 고객들로부터 기피 받는 상황에 있다.
2021년 인텔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팻 겔싱어(52)는 과거는 모든 것이 수월했지만 이제는 "리더십과 사람, 방법론 등과 관련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겔싱어의 지적처럼 인텔의 문제는 대체로 반도체 제조법의 전환에 실패한 데서 비롯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텔은 회로를 설계하고 그것을 자체 공장에서 제작하는 식으로 명성을 얻어왔다.
하지만 지금 반도체 회사들은 회로 설계 혹은 제작 어느 한쪽에 특화하는 경향이 있고, 인텔은 다른 쪽이 설계한 반도체 제작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겔싱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위기를 반전시킬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자체 칩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의 반도체도 만들기 위해 공장 신축에 수천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택했다. 소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를 강화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이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나 휴대전화 칩의 거인 퀄컴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테슬라는 인텔이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처럼 광범위한 칩 설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고, 퀄컴은 인텔이 기술적인 실수를 한 후 거리를 뒀다.
겔싱어는 신문에 "파운드리는 하나의 서비스업"이라며 "그것은 인텔 문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텔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실리콘밸리의 거물이 됐고, 2000년대에 휴대전화나 고성능 컴퓨터 그래픽 분야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인텔은 최근에는 더 작고 더 빠른 칩을 제조하는 경쟁에서 삼성이나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도 뒤처졌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2020년대 말까지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겔싱어는 "세계 최고의 계약 칩(파운드리) 제조업체가 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텔은 지난 4월 27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사상 최악의 손실을 알렸고, 현 분기에도 손실을 예고했다. 덩달아 배당금을 줄이고 해고를 포함하는 비용 절감 작업에도 착수했다. 2025년까지 연간 비용을 100억 달러까지 줄일 계획이다.
새 공장들에 수백만달러 상당의 칩 제조 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늦추고 있으며, 이스라엘 하이파에 2억 달러 규모의 연구센터를 세우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주가는 겔싱어가 CEO로 취임한 이후 약 30% 떨어졌다. 반면 PHLX 반도체 지수는 약 10% 상승했다.
TSMC의 시장 가치는 인텔의 4배, 엔비디아는 인텔의 약 8배에 이른다.
인텔 경영진은 2030년까지 TSMC에 이어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업체가 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실적은 초라한 편이다. 지난해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8억9천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2%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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