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리는 AI에 각국 규제 잰걸음…'中에 밀릴라' 서방 온도차

입력 2023-06-01 11:26  

내달리는 AI에 각국 규제 잰걸음…'中에 밀릴라' 서방 온도차
美·EU, 생성형 인공지능 부작용 막을 '행동강령' 마련 착수
중국, 선제적 가이드라인…미국은 안보·기술경쟁 고민에 속내 복잡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세계 각국이 갈수록 빨라지는 인공지능(AI)의 진화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규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챗GPT와 미드저니 등으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각종 부작용과 악용 사례가 점증하자 정책 입안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세계 양강구도를 형성한 'G2'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자칫 섣부른 규제로 첨단기술 패권을 가를 핵심 역량에 족쇄를 채워서는 안 된다는 고민도 감지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31일(현지시간) 스웨덴 룰레오에서 열린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 후 기자회견에서 AI 활용 가이드라인 성격의 행동강령 초안을 수주 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신기술과 규제책 사이에 늘 격차가 생긴다며 "특히 생성형 AI와 관련해 우리는 현재 극도의 시급성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TTC가 작업 중인 초안 문서에 '생성형 AI'가 명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EU의 공동대응 기조, 그리고 AI 기술이 가져다줄 기회와 위험 요인을 종합 판단해야 할 필요성 등이 강조될 전망이다.
AI 규제 논의를 선도하는 곳은 유럽이다.
EU가 2년 전부터 논의돼온 '인공지능법(AI Act)' 제정안은 내달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세계 최초의 AI 규제 입법이라는 점에서 실제 시행시 업계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이미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법안은 AI 프로그램을 위험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특히 인간 조종이나 취약계층 위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 '용납불가'로 평가해 배포·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별 국가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최근 자국이 AI 위험을 제한하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8%가 생성형 AI 사용으로부터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등 관련 여론도 뒷받침되고 있다.
AI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 역시 규제정책 도입에서 한발짝 앞서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지난달 11일 AI 기업들이 따라야 할 규정과 이를 어길 경우 벌칙 규정을 담은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기업이 AI 관련 서비스 출시 전에 당국의 보안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용자에게도 실명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AI 학습 데이터의 합법성에 책임을 지고, 알고리즘 설계 등에서도 차별과 허위정보 생성을 방지하도록 의무화된다.
다만 테크 기업 성지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AI 업계 선두 주자들을 거느린 미국의 입장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일단 미국도 규제 도입 흐름에 올라타 있다. 지난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지침 성격의 'AI 권리장전(AI Bill of Rights)'이 있고, 지난 16일 의회에서 AI를 주제로 첫 청문회를 개최하며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미국은 AI의 해악을 예방하기 위한 윤리적 차원의 논의보다 자국 안보라는 측면에 비중을 두고 접근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유럽과는 온도 차가 있다.
폴 로젠 미 재무부 투자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첨단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분야에서 미국 자본과 전문성이 중국에 흘러가지 않도록 규제 범위가 크지 않은 맞춤형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딥페이크와 국가안보' 제하 보고서에서 입법 과제로 국방부·국무부 및 정보기관이 외국의 딥페이크 기술이 미국 안보를 해치는 방법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일부 미국 관리들은 강력한 규제가 시행될 경우 중국에 기술 우위를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EU가 도입하려는 방안을 놓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분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미셸 쥬다는 "TTC의 근본적 과제는 동맹국 간 신뢰를 강화해 혁신을 키우고 중국의 발전상을 앞지르는 것"이라며 "21세기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의 전장은 바로 기술 분야"라고 말했다.
자율성을 강조하며 규제에 불만인 실리콘밸리 업계도 TTC에서 미국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다.
챗GTP를 출시한 오픈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EU가 도입하려는 AI법 규정을 준수하기 어려울 경우 유럽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이 "공갈 시도"라고 받아치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올트먼 CEO가 이날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과 이튿날인 6월 1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연달아 면담할 예정이어서 논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미 ABC 방송은 "미국 연방정부는 어떤 형태의 규제라도 업계에 도움을 줄 것이며, 발전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점이 고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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