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中기업 대만 비자 얻기 어려워…싱가포르 등서 접촉"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7년간 이어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대만 투자와 활동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에 참여한 중국 본토 기업은 83곳이다. 297개 사가 참여했던 2019년과 비교해 70% 이상 줄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광풍 속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천320조원)를 돌파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등 IT업계 거물들이 참석한 이 행사에는 1천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 컴퓨텍스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은 대개 중소 규모의 IT 하드웨어 부품 개발사들이다.
SCMP는 "이들은 대만보다 더 먼 다른 지역의 고객들을 찾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대만 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에 대한 중국 본토의 직접 투자 규모는 3천870만 달러(약 511억원)로, 역대 최다였던 2013년의 3억4천950만 달러(약 4천620억원)와 비교해 90% 가까이 급감했다.
또 대만의 월간 대중국 수출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대만에서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하자 양안 공식 대화를 중단했다.
이후 양안의 긴장이 고조되며 여행 제한 등으로 대면 사업 교류가 어려워지자 중국 기업들은 대만 너머 더 넓은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대만 담강대 천이판 부교수는 많은 중국 기업이 이런 환경에서 대만과 교류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현지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고 여겨 컴퓨텍스든 다른 행사든 대만을 피하고 있을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그는 또한 컴퓨텍스 같은 행사가 중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더라도 대만 비자를 얻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만 싱크탱크 '청화 21세기'의 조애나 레이는 양안 긴장을 지적하며 "단순히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사업가라면 (대만에) 오지 않을 것이다. 내 안전을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IT 제품 생산·연구개발(R&D) 등 사업을 함께 하고 있지만, 온라인 회의를 하거나 거래 성사를 위해 싱가포르 같은 제3의 장소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다만 어떠한 안전 문제가 제기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실제로 컴퓨텍스에 참가한 일부 중국 기업들은 본토에서 인력을 파견하지 않고 대신 대만 현지 대표들을 박람회에 참가시켰다.
이런 가운데 일부 중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고율 관세를 피하고 미국의 기술 수출 제한을 우회하려는 목적으로 해외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물색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따른 불이익을 회피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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