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 증거 못걸러내는 AI…우크라전 영상, SNS서 무차별 삭제
英 BBC "페이스북·유튜브 등에 업로드하니 즉각 차단·삭제"
추후 책임 물을 때 쓰일 증거들 '유해콘텐츠'로 몰려 파괴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 각지의 내전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소셜미디어 기록물들이 인공지능(AI)에 의해 무차별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 방송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영상을 직접 페이스북에 올려본 결과 거의 즉각적으로 삭제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이거나 선정적인지 여부만 따질 뿐 해당 영상이나 사진이 갖는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AI의 한계 때문으로 지적된다.
추후 전쟁범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이 '유해 콘텐츠'로 몰려 파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문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른 주요 소셜미디어들도 마찬가지였다. BBC는 가짜 계정을 생성해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관련 영상 4건을 이들 소셜미디어에 올린 결과 1분도 안 돼 이중 3건이 차단됐고 곧 완전히 삭제됐다고 전했다.
BBC는 러시아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증거인 만큼 삭제해선 안 되는 게시물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메타와 유튜브 등은 공익을 위해서라면 충격적인 장면이 담긴 자료도 성인 이용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열람을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혀왔지만, 말뿐인 약속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여행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작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해 사례를 기록해 온 이호르 자하렌코는 키이우 일대에서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남녀와 어린이들의 영상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퇴짜를 맞았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민간인 살해가) 거짓이라고, 그들은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려고 취재해 올린 영상을 소셜미디어들이 일방적으로 삭제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4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는 이 때문에 난감한 입장에 처한 이도 나왔다.
시리아 알레포의 한 시장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주민 이마드는 2013년 정부군이 투하한 급조폭발물(IED)이 터져 주민 다수가 사상한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현지 방송사가 찍은 관련 영상을 삭제했고, 이후 유럽연합(EU)에 난민 신청을 한 이마드는 자신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전쟁범죄 피해자란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사라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만건의 새 게시물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AI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문제가 있는 게시물을 걸러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와 유튜브는 전쟁범죄 및 인권침해 증거 보전과 유해 콘텐츠에서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법과 프라이버시 관련 의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국제적 책임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단을 계속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튜브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기록보관소는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독일 베를린 소재 인권단체인 '므네모닉'(Mnemonic) 등 일부는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전쟁범죄와 인권침해 관련 자료를 삭제되기 전 내려받아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전 세계의 모든 분쟁 지역을 커버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베스 반 샤크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는 "향후 책임 행사를 위해 정보를 보존할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책임 메커니즘을 갖추려는 의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英 BBC "페이스북·유튜브 등에 업로드하니 즉각 차단·삭제"
추후 책임 물을 때 쓰일 증거들 '유해콘텐츠'로 몰려 파괴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계 각지의 내전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소셜미디어 기록물들이 인공지능(AI)에 의해 무차별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 방송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영상을 직접 페이스북에 올려본 결과 거의 즉각적으로 삭제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이거나 선정적인지 여부만 따질 뿐 해당 영상이나 사진이 갖는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AI의 한계 때문으로 지적된다.
추후 전쟁범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들이 '유해 콘텐츠'로 몰려 파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문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른 주요 소셜미디어들도 마찬가지였다. BBC는 가짜 계정을 생성해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관련 영상 4건을 이들 소셜미디어에 올린 결과 1분도 안 돼 이중 3건이 차단됐고 곧 완전히 삭제됐다고 전했다.
BBC는 러시아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증거인 만큼 삭제해선 안 되는 게시물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메타와 유튜브 등은 공익을 위해서라면 충격적인 장면이 담긴 자료도 성인 이용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열람을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혀왔지만, 말뿐인 약속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여행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작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해 사례를 기록해 온 이호르 자하렌코는 키이우 일대에서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남녀와 어린이들의 영상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퇴짜를 맞았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민간인 살해가) 거짓이라고, 그들은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려고 취재해 올린 영상을 소셜미디어들이 일방적으로 삭제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4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는 이 때문에 난감한 입장에 처한 이도 나왔다.
시리아 알레포의 한 시장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주민 이마드는 2013년 정부군이 투하한 급조폭발물(IED)이 터져 주민 다수가 사상한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현지 방송사가 찍은 관련 영상을 삭제했고, 이후 유럽연합(EU)에 난민 신청을 한 이마드는 자신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전쟁범죄 피해자란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사라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만건의 새 게시물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AI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문제가 있는 게시물을 걸러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와 유튜브는 전쟁범죄 및 인권침해 증거 보전과 유해 콘텐츠에서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법과 프라이버시 관련 의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국제적 책임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단을 계속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튜브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기록보관소는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독일 베를린 소재 인권단체인 '므네모닉'(Mnemonic) 등 일부는 소셜미디어에 올려진 전쟁범죄와 인권침해 관련 자료를 삭제되기 전 내려받아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전 세계의 모든 분쟁 지역을 커버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베스 반 샤크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는 "향후 책임 행사를 위해 정보를 보존할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 책임 메커니즘을 갖추려는 의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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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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