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현지 언론에 이메일 답변…총리 "외국의 개입 증거 없어"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장서고 있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뉴질랜드의 채텀 섬과 관련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뉴질랜드는 총리가 직접 나서 이 같은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알려진 프리고진이 자신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뉴질랜드 채텀 섬에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터프는 지난달 31일 기사에서 최근 프리고진이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 화면을 보면 뒷면 벽에 걸린 세계 지도에 바그너 그룹이 작전 중이거나 관심을 가진 지역이 핀으로 표시돼 있으며 채텀 섬에도 핀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프리고진은 이메일에서 바그너 그룹이 채텀 섬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속내를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우리는 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다른 데 꽂을 핀을 채텀 섬에 잘못 꽂았거나 지도를 벽에 거느라고 핀을 꽂아놓은 건 아니냐'는 질문에 프리고진 측 대변인은 "채텀 섬과 관련한 바그너 그룹의 계획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거듭 밝혔다고 스터프는 전했다.
뉴질랜드는 프리고진은 물론 바그너 그룹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뉴질랜드는 크리스 힙킨스 총리가 직접 나서 채텀 섬에 대한 외국의 개입 증거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힙킨스 총리는 "만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지역 주민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바그너 그룹이 채텀 섬에 어떤 계획이나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텀 섬은 뉴질랜드 지역사회의 중요한 부분으로 외국의 개입이 있다는 어떤 주장이나 믿음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모니크 크룬 채텀 시장은 바그너 그룹과 관련,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어떤 일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조사할 필요가 있는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연락해 판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국방부 대변인도 군이 바그너 그룹의 뉴질랜드 내 활동이나 작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보고를 해왔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동쪽으로 840㎞ 떨어진 채텀 섬은 1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800여㎢ 크기의 제도다. 외교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의 자치권을 부여받아 운영되는 인구 700여명의 외딴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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