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의혹 휩싸인 간부들 줄줄이 사임…라이칭더 후보 사과
경쟁 야권후보들, 민진당 차원 은폐의혹 제기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여성 당원들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사실이 연이어 폭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 당원들이 '나도 성희롱 피해자'라는 폭로가 계속 나옴에 따라 2024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둔 민진당은 당혹감 속에 대응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2일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한 전직 민진당 여성 당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같은 부서의 동료 천유하오에게 당한 성희롱을 보고한 후 상사인 차이무린 민진당 청년부 주임에게 2차 가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차이 주임이 "수컷 동물은 이성을 찾다가 실패하면 자존심에 상처가 나기 마련"이라면서 "좀 이해해 주세요"라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후 차이 주임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사사건건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비웃으면서 사건을 은폐하는 동시에 가해자인 천씨를 두둔하며 사과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차이 주임은 지난 1월 31일 리쥔이 노동부 정무차장(차관)의 기밀비서로 보직이 변경됐으나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고 대만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리쥔이 차장은 이 사건에 대해 "어제 처음 들었다"면서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다른 전 민진당 여성 당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성희롱 피해 사실을 당 간부가 묵살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당원은 작년 9월 지방선거 당시 협력업체의 감독에게 받은 성희롱 피해 사실을 당시 당 부녀발전부 주임이었던 쉬자톈에게 보고했지만 "왜 차에서 뛰어내리지 않았느냐", "왜 소리치지 않았느냐" 등 막말에 가까운 질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진당 린추인 대변인과 리옌룽 성별평등사무부 주임은 전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쉬자톈 현 부비서장을 즉시 정직 처분하고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진당은 조사팀을 꾸려 이 사건을 신속히 조사해 처리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쉬자톈 부비서장은 바로 사의 표명을 했으며 당은 즉시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파장이 커지자 민진당은 총통선거 후보가 직접 나서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당주석은 "중앙당의 신고 메커니즘이 부적절했다"고 잘못을 시인하면서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라이 주석은 이어 페이스북에 "민진당이 잘못을 고칠 기회를 줘서 고맙다"면서 절대 이렇게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썼다.
민진당은 책임자가 사정을 알면서도 보고하지 않거나 은닉하는 경우 일괄 해고에 나설 것이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린위찬 총통부 대변인도 차이잉원 총통이 이번 성희롱 사건을 보고받은 후 "민진당이 사건 조사를 통해 당사자의 권익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민진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 1월 13일 총통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진행하는 중요한 시기에 당내에서 계속 성희롱 사건이 전해지고 있다며 "아직 터지지 않은 폭탄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차기 총통선거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사건은 촉망받는 차세대 정치인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건 당시 당 성별평등사무부를 감독하는 위치에 있던, 과거 대만 학생운동인 '해바라기 운동'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린페이판 전 부비서장은 사건을 보고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소홀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경쟁 후보들은 잇단 성희롱 사건을 고리로 민진당을 겨냥해 고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 후보는 민진당이 가해자와의 관계 등을 그동안 은폐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제2야당 민중당의 총통 후보인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은 민진당이 해당 사건을 약 9개월이라는 상당한 시간 동안 끌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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