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사우디·이란 등 15개국 함께 '브릭스 친구 회의'
中, G7 겨냥해 "소수국 배타적 모임"…러 "사우디 가입 구체적 논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브릭스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를 품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브릭스는 1∼2일(현지시간) 올해 의장국인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외연 확장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회의 마지막 날인 2일에는 글로벌 사우스에서 초대된 15개국의 외무장관을 비롯한 대표들이 직접 또는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브릭스 친구 회의'가 열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인 코모로와 이집트,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가봉, 부룬디, 기니바시우 등이 참석했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쿠바 등 각 대륙에서 골고루 초대했다고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 장관이 밝혔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지난 3월 중국 중재로 단교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무장관과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이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공식적으로 브릭스 가입을 신청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UAE 외에도 가입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나라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튀르키예와 바레인, 나이지리아, 알제리, 베네수엘라 등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보인 나라로 거론된다.
주브릭스 남아공 대사는 전날 "20개 이상의 국가가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전한 바 있다.
브릭스는 현재 5개 회원국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에 따르면 지구 전체 면적의 약 26%를 차지하는 브릭스의 5개 회원국에는 세계 인구의 41%, 노동력의 약 46%가 거주하고 있다.
5개국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약 14조9천억 달러로 세계 GDP의 약 19%를 차지하며 총 외환보유액은 4조5천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여기에 사우디와 이란, UAE 등과 같은 주요 산유국까지 가세할 경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거세지는 미국의 경제·안보 압박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유다.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위한 움직임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도 힘을 보태며 속도가 빨라졌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 대신 이번 회의에 참석한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은 "블록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개발도상국의 이익 추구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며 회원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릭스는 포용적인 블록으로 일부 소수 국가의 배타적 모임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룰 것"이라며 G7과 대립각을 세웠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사우디 대표단과 회동 결과를 설명하며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회원국 사이에서는 외연 확장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마우로 비에이라 브라질 외무장관은 "브릭스는 성공의 역사"라며 "이름 자체가 브랜드이자 자산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5개 회원국 국명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브릭스'(BRICS) 자체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도 전날 외교장관회의에서 브릭스의 확장에 대한 지침과 원칙, 기준, 절차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하며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판도르 장관은 "새 회원국 가입 성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보고서가 8월 요하네스버그 정상회담까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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