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지자체 숫자 대폭 감축" 계획도 발표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갱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이번엔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화이트칼라 범죄자 전용 교도소를 지을 계획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브 부켈레(42)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1일 취임 5년째를 맞아 국회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갱단과 정면으로 싸운 것처럼 부패와의 전면전을 시작한다"며 "테러리스트용 감옥을 만들었듯 부패 범죄자용 감옥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작년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면서까지 폭력조직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척결 활동을 벌였다.
인권단체들은 무고한 사람들마저 체포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부켈레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는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올해 2월 엘살바도르 정부는 폭력조직 가담 혐의를 받는 수천명을 '거대 감옥'이라 불리는 테러범 수용센터로 옮겨 수용했다. 여의도의 절반가량인 165만㎡ 부지에 23만㎡ 규모로 신축된 미 대륙 최대 규모 교도소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어디 출신이든 맞서 싸울 것"이라며 "단, 적법한 수단만을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엘살바도르 국회의원을 현재의 84명에서 60명으로 줄이고, 262개 지방자치단체를 44개로 줄이자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엘살바도르에서 전국의 시장 262명은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부켈레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알프레도 크리스티아니 전 대통령(1989∼1994년 집권)의 재산에 대한 강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언급도 했다. 크리스티아니 전 대통령은 30여년 전 발생한 예수회 사제 피살사건과 관련해 수사받고 있으며 현지 법원은 작년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부켈레 대통령의 연설은 국회에 모인 사람들의 "재선"이라는 함성 속에 마무리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대통령의 연임이 불가능하지만 3월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약 70%가 부켈레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켈레 대통령의 임기(5년)는 내년까지다.
부켈레 대통령은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고 국고로 이 코인에 투자하는 등 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