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천국' 오슬로, 거리에 테슬라 택시' 즐비·전용 주차장도 곳곳에
"차량 번호판을 유심히 보라" 택시기사 귀띔…모든 전기차는 알파벳 'E'로 시작
일반 승용차 넘어 버스·페리도 '脫탄소' 속도…350명 태운 페리도 '100% 전기'
(오슬로=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테슬라, 테슬라, 테슬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도착해 도심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받은 첫인상이다.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율 1위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일반 승용차는 물론 택시까지 다양한 테슬라 모델 차량이 수시로 보였다.
'전기차를 취재하러 왔는데, 이렇게 많은 테슬라는 처음 본다'는 기자의 말에 운전기사는 "당신이 탄 이 택시도 전기차"라며 웃었다.
'자동차 문외한'이어서 처음엔 인지하지 못했는데, 일본 닛산의 리프 모델이었다.
그는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를 모는 게 더 이득이어서 요새는 웬만하면 다 전기차를 산다"면서 알파벳 'E'로 시작하는 차량 번호판을 유심히 보라고 귀띔했다.
노르웨이에서는 모든 전기차 차량 번호판이 E로 시작되는데, 그만큼 전기차가 많다는 의미다.
'전기차 천국'답게 주차시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케르스후스 요새'라는 이름이 붙은 오슬로 시내 전용 주차장이 대표적이다.
13세기에 지어진 요새의 지하 방공호에 조성된 대형 주차장으로, 약 90대 주차 공간마다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관광지 근처에 있어 렌트한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 시민들이 출퇴근 시 활용하는 공용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도 오슬로시와 충전업체가 합착해 만든 100대 규모 전용 주차장이 운영 중이다.
사흘 간 오슬로 시내에서 취재를 하는 동안 전기차 충전소보다 일반 주유소를 보기가 더 어렵기도 했다.
노르웨이전기차협회(NEVA)에 따르면 장거리 운행자가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작년 말부로 전국 모든 주요 도로에도 유료 고속 충전소도 구비됐다.
독특한 충전 시설도 눈에 띄었다.
오슬로 시청 인근 도로에는 파란 사각형 형태로 된 '전기택시 무선 충전' 주차공간이 마련됐다.
미국 무선충전 기술개발업체 모멘텀 다이나믹스가 재규어, 노리에스택시, 오슬로시 등이 합작해 추진 중인 세계 최초 무선충전 택시 승강장 시범 사업의 일환이다.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주차하면 무선으로 50㎾급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차 판매만 허용할 방침이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내연기관차를 사실상 퇴출하겠다는 구상으로, 유럽연합(EU)이 정한 2035년보다 10년 앞선 야심찬 계획이다.
여기에 현지에서는 승용차 외에 버스·트램 등 대중교통은 물론, 해상 운송 분야에서도 '탈(脫)탄소' 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슬로 항구 부두인 '아케르 브뤼게'의 페리 선착장에 가면 고래 꼬리처럼 생긴 대형 구조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기페리 충전 시설이다. 페리는 100% 전기로 운항하며, 한 번에 350명 승선이 가능하다.
인근에는 관광용으로 대여할 수 있는 소형 전기보트들도 충전 중이었다. 인근 섬을 오가는 소형 보트는 이미 대부분 전기보트로 교체됐다.
전기보트 운영업체 소속이라고 밝힌 비오른 페데르센 씨는 "2020년부터 전기보트 대여 사업을 시작했고, 3시간 충전 시 8∼12시간 정도 운행할 수 있다"며 "일반 보트에 비해 소음이 현저히 적고 기름연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항공 분야에서도 '전기 비행기' 연구가 한창이다.
노르웨이는 전역에 공항이 50여개에 달하는 데다 단거리 국내선 비행편이 많아 전기 배터리와 수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 등 탄소 저감형 모델 연구가 검토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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