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데뷔 30여년만에 자신 이름 내건 '국제콩쿠르' 만든다

입력 2023-06-04 06:00  

조수미, 데뷔 30여년만에 자신 이름 내건 '국제콩쿠르' 만든다
한국 클래식 역사상 첫 사례…"그간 노하우로 세계적 성악가 발굴할 것"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심사위원 참가…"韓성악가, 세계적 수준 확신"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한국 클래식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국제콩쿠르'를 만든다.
조수미는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내년에는 제 이름으로 '수미조 국제 성악콩쿠르'(Sumi Jo International Singing Competition)가 프랑스 파리 근교 있는 성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이러한 계획을 밝힌 건 처음이다.
날짜는 내년 7월 15∼21일, 장소는 프랑스 파리 근교 성인 '샤토 드 라 페르테 엥보'(Chateau de La Ferte-Imbault)로 잠정 확정됐다.
직접 콩쿠르를 개최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는 조수미는 "제가 그간 맡았던 심사위원 경험, 콩쿠르 참가 등 모든 노하우를 합해서 세계적인 성악가를 발굴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많이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수미의 이번 계획은 한국 클래식 역사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클래식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인 조수미의 입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최근 클래식 본고장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이른바 'K-클래식' 열풍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이날 인터뷰는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그의 브뤼셀 방문을 계기로 진행됐다.
1937년 창설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계 3대 성악 콩쿠르로, 조수미는 올해 처음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그는 2017년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19년 노르웨이 퀸 소냐 콩쿠르에 이어 이번 콩쿠르까지 세계 3대 성악 콩쿠르에 전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진기록도 세웠다.
이번 대회는 특히 본선은 물론 결선 진출자 12명 중 한국인이 3명으로 국적별 최다를 기록하는 등 대회 초반부터 한국인 젊은 성악가들의 활약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조수미는 "제가 처음 국제 콩쿠르를 시작했을 때는 이런 상황은 많이 없었다"며 "이제는 정말 많은 한국인, 아시아계 예술가들이 굉장히 많아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전했다.
특히 "심사하면서 느낀 건 역시 우리 한국 성악가들이 정말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을 갖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나 심사만큼은 까다롭게 봤다는 그다.
주최 측도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들 간 대화를 엄격히 금지했다. 12명의 심사위원이 참가자 각각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일괄적으로 합산해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조수미는 "모든 국제 콩쿠르가 그렇겠지만, 오페라뿐 아니라 예술가곡이라든지, 음악을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전체적으로 '아티스틱'(artistic·예술적인)한 면을 보는 게 저로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연히 재능이 있어야 하고, 레파토리 면에서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욕심을 낸다면 아름답고 편안한 미소와 엘레강스한 몸가짐, 태도 등을 무대에 섰을 때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귀띔했다.
그는 최근 젊은 한국인 음악가들이 각종 콩쿠르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과 관련, '대선배'로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콩쿠르에 입상했다고 해서 모든 문이 열리는 건 아닙니다. 이건 인생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경험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고, 입상하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인 거죠."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후배들에게는 "성악은 사람의 몸과 목소리를 쓰기에 실력이라는 건 오늘 다르고, 내일 또 다른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콩쿠르에 참가한다면 그땐 스스로 재정비해서 자기 자신에 맞는 레파토리,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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