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서 3기 내각 공개…외교장관엔 '비밀 파수꾼' 최측근 정보수장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최근 재선에 성공, 사실상 종신집권의 토대를 닦은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측근들로 구성된 새 내각 인선을 공개했다.
경제팀 진용과 관련해서는 그간 세계적인 흐름과 정반대로 저금리 기조를 고수해왔던 것을 철폐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3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이날 취임 선서를 마치고 새 정부 조각 구상을 발표했다.
먼저 부통령으로 정통 경제 관료인 세브데트 일마즈가 임명됐다.
특히 경제·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재무부장관 자리에는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가 5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심셰크는 영국 런던에서 메릴린치에 근무하던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국제사회에서 널리 인정받는 경제 전문가다. 2009∼2015년 재무장관, 이후 2018년까지 부총리를 지내며 금융시장의 호평을 받다가 리라화 폭락 사태를 맞아 물러났다.
이번 임명 결정은 작년 10월 물가상승률이 85%를 찍을 정도로 튀르키예가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민생이 악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그간 튀르키예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전통적인 경제학적 처방 대신 저금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터키 리라화는 올 연초보다 달러 대비 가치가 10% 넘게 하락한 상태다.
AFP는 "성장 촉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특이한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율이 43.7%에 달하게 된 국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에르도안의 최우선 과제"라며 "경제학자인 심셰크는 에르도안의 비전통적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AP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셰크를 임명하므로써 '비정통'으로 낙인찍힌 경제정책을 드디어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3기 내각 외무장관직에는 2010년부터 국가정보청(MIT)을 이끌던 하칸 피단이 임명됐다.
군인 출신으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 소지자인 피단은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밀 파수꾼"(secret keeper)이라고 부를 정도로 최측근 인사로서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장관에는 튀르키예군 총사령관인 야사르 귈레르 육군 대장이 임명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는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8천500만명의 모든 국민을 포용할 것"이라며 "선거기간 불거진 적의를 뒤로하고 화해의 길을 찾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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