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미中대사 "유럽 안보 실패, 아시아에 배워라"…유럽 발끈

입력 2023-06-04 11:31  

전 주미中대사 "유럽 안보 실패, 아시아에 배워라"…유럽 발끈
"아시아엔 나토 필요 없어"…네덜란드 국방장관 "中, 상황 오판"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유럽이 안보 상황을 잘못 관리했으며 아시아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럽 측에서는 '잘못된 상황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과 폴리티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의 한 토론에 참석한 추이 전 대사는 이렇게 말하며 미국과 유럽이 "우리(아시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추이 전 대사는 "유럽이 안보 상황을 효과적이거나 건설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표현하는) 더 좋은 단어는 '잘못된 관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결과로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이 전 대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지역적 접근 방식이 여기저기서 갈등이 있긴 했지만, 유럽과는 달리 수십년간 작동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지역 통합에 따른 경험을 얻기 위해 유럽을 바라보곤 했지만, 요즘에는 유럽과 대서양이 우리를 참고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또한 유럽의 성공 부족으로부터 중요한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며 "나는 '실패'라는 말 대신 성공 부족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추이 전 대사는 또 "우리는 안보 상황을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아시아적인 방식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면서 "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 지역에서 나토의 역할 확대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토론에는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카샤 올롱그렌 네덜란드 국방장관 등도 참석했는데, 올롱그렌 장관은 추이 전 대사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했다.
올롱그렌 장관은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이 전쟁이 유럽이 안보 상황을 잘못 관리한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안보를 관리하는 방식을 러시아가 존중하지 않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의 중국 또는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높이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토론이 끝난 후에도 추이의 발언이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여줬다며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해 유럽이나 유럽 국가를 탓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 참석자인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옆자리에 앉은 추이 전 대사에게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관련해 뼈 있는 발언을 했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올해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형'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동생에게 우크라이나인을 그만 죽이라고 말해줄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추이 전 대사는 "우리는 형처럼 러시아에 우리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우리의 전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평화협상 개시를 촉구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으나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거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사실상 러시아를 편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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