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웹망원경, 120억광년 밖 은하서 복잡한 방향족 유기분자 포착"

입력 2023-06-06 05:00  

[사이테크+] "웹망원경, 120억광년 밖 은하서 복잡한 방향족 유기분자 포착"
국제연구팀 "웹망원경·중력렌즈 결합해 관측…초기 우주 진화 연구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빅뱅(Big Bang) 15억년 후인 120억 광년 밖 은하에서 고리구조가 여러 개 있는 복잡한 유기 분자의 증거들을 포착했다.

미국 텍사스 A&N대학 제임스 스필커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6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웹망원경의 뛰어난 성능과 중력렌즈 현상을 결합해 120억 광년 밖 은하에서 연기·스모그 성분과 유사한 복잡한 유기 분자인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의 증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스필커 교수는 이것은 웹망원경이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복잡한 방향족 유기분자를 발견한 것이라며 이는 웹망원경을 이용한 초기 우주 연구의 시작을 알리는 획기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는 은하 내부 상태를 조사하는 데 중요한 탄소 분자로 지구에서는 연기, 매연, 스모그 등에 흔히 포함돼 있다. 우주 초기에 형성된 먼 은하에서 이런 분자를 검출하는 것은 이전 망원경의 제한된 감도와 범위 때문에 어려웠으나 JWST 가동으로 이런 문제가 극복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스필커 교수팀은 2013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남극망원경이 처음 발견한 'SPT0418-47' 은하를 웹망원경과 칠레에 있는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로 관측, 분석했다.
천체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나타내는 척도인 적색편이가 z=4.2248로 12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SPT0418-47은 이 은하와 지구 사이에 있는 또 다른 은하의 중력렌즈 현상으로 웹망원경에 훨씬 크게 확대된 모습으로 포착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된 중력렌즈 현상은 두 은하가 지구 관점에서 거의 완벽하게 일렬로 정렬될 때 발생한다. 뒤쪽 은하의 빛은 앞에 있는 은하의 중력이 돋보기처럼 작용해 고리 모양으로 확대돼 소위 '아인슈타인 고리'(Einstein Ring) 형태로 관측된다.

웹망원경의 SPT0418-47 관측 데이터 분석 결과 빅뱅 15억년 후 만들어진 이 은하에 연기·스모그의 주요 성분으로 지구에서는 대기오염 주범이자 발암물질로 꼽히는 복잡한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필커 교수는 "웹망원경의 놀라운 성능과 자연적인 '우주 돋보기'를 결합해 다른 방법으로는 볼 수 없던 것을 자세히 관측했다"며 "이 정도 배율이면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초기 우주 은하 관측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20억년 전 은하에서 복잡한 유기 분자가 발견된 것은 적어도 은하의 진화 과정에 관한 '연기(복잡한 유기 분자)가 있는 곳에 불(새로 형성되는 어린 별)이 있다'라는 오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큰 분자들은 우주에서 꽤 흔한 존재로 천문학자들은 이런 분자가 있으면 어디든 아기별이 타오르는 오래된 은하로 생각해왔으나, SPT0418-47처럼 젊은 은하에 이런 분자가 있다는 것은 그런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스필커 교수는 웹망원경 고화질 이미지 덕분에 연기는 있지만 별이 형성되지 않는 영역이나 별은 형성되지만 연기가 없는 영역을 발견할 수도 있다며 이 결과는 연기와 불에 관한 생각이 초기 우주에는 맞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를 통해 웹망원경으로 초기 은하에서 연기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 은하보다 더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찰하면 연기와 불의 관계를 더 정확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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