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근시의 진행을 늦추는 데 사용되고 있는 아트로핀(atropine) 점안액의 효과를 확인하는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부교감신경 억제제인 아트로핀은 눈의 망막 검사를 할 때 동공을 확대하기 위해 안과용 산동제로 쓰이고 있다.
근시는 안구가 너무 길쭉하게 자라 망막 위에 맺혀야 하는 초점이 망막 앞에 형성됨으로써 먼 곳이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곳이 잘 보이는 안과 질환이다. 근시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장기적으로 망막 박리, 황반변성, 백내장, 녹내장 위험을 높인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검안 대학(college of optometry)의 칼라 자드니크 학장 연구팀이 근시 아이들 576명(6~10세)을 대상으로 3년에 걸쳐 진행한 3상 임상시험(CHAMP: Childhood Atropine for Myopia Progression) 결과, 아트로핀 점안액의 효과가 확인됐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411명에겐 2가지 저용량 아트로핀(0.01 또는 0.02%) 점안액 중 하나를, 나머지 165명에겐 위약(placebo)을 3년에 걸쳐 투여했다.
3년 후 0.01% 아트로핀 그룹은 28.5%가 '반응'(respond)을 보였다. 대조군은 반응률이 17%였다.
0.02% 아트로핀 그룹은 반응률이 22%로 나타났다.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시력의 변화가 미미했고 따라서 근시 안경 처방 변경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트로핀을 매일 3년 동안 사용한 아이들은 위약이 투여된 아이들보다 근시 진행이 느렸고 시력이 안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시력이 좋아지거나 근시 안경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임상시험에 사용된 아트로핀은 방부제가 함유된 일반 조제약이 아니고 바일루마(Vyluma) 제약회사가 새로 개발한 방부제가 없는 점안액이다. 방부제가 함유된 것은 안구 건조, 각막 작열감 같은 부작용이 있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눈·귀 전문병원(Eye and Ear Infirmary)의 루드라니 바니크 안과 전문의는 지금은 약을 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자료가 없어 투약 중단 후 근시가 진행되면 투약을 다시 시작하도록 권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잠자기 전에 단 한 차례 투약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빛에 노출되면 눈이 부시고 가렵고 눈물이 나오는 부작용을 겪는 그는 밝혔다.
또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반 조제 점안액의 약값은 1개월분이 55달러에서 100달러가 넘는 것도 있으며 대부분 보험 급여가 불가능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바일루마 사의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을 경우 약값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보험 급여는 가능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바일루마 제약회사는 아트로핀 점안액의 승인을 FDA에 신청할 것이라고 작년에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성인 3명 중 한 명이 근시를 겪고 있다. 2050년에는 근시 인구가 50%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는 근시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콘택트렌즈가 FDA의 승인을 받았을 뿐 근시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승인된 것이 없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미국 의학 협회 저널 - 안과학'(JAMA Ophthalm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