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소통 부족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움직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중국을 찾았다.
지난 2월 '정찰풍선' 갈등으로 무기한 연기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문제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5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세라 베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은 전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미국은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중국 측 대화 상대방이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부터 공식 회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특히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양국 관계의 핵심 이슈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고, 로이터도 그가 미중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방중을 계기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재추진과 관련한 진전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한 정상회담 이후 대화 수순으로 접어드는 듯했으나, 지난 2월 불거진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블링컨 장관이 예정된 중국 방문을 취소하면서 다시 갈등기를 보냈다.
그러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지난달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하고, 셰평 신임 주미 중국대사가 지난달 23일 부임해 약 5개월간의 주미 중국대사 공백을 끝내는 등 최근 고위급에서 대화가 일부 복원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열린 미중 상무장관 회담에서는 양국이 중국의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 제재를 놓고 충돌했다.
또 전날 폐막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양국 국방수장 간 회담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양측은 개막 만찬에서 악수하고 짧게 인사했을 뿐 의미 있는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회의 기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대만해협 문제 등을 놓고 서로를 비판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중국 방문 기간 양국 관계의 핵심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는 미국의 발표와 달리 그의 방중을 '보여주기'라고 평가절하했다.
미국이 중국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는 한편 소통 부족 등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주장이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날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중미 관계의 긴장 속에서 미국은 고위 관리들이 대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에 (양국관계 악화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며 "한편으로 미국은 동맹국들에 중국을 봉쇄하는 조치를 따르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뤼 연구원은 이어 "크리튼브링크는 전문 외교관으로서 명령을 따를 뿐 그가 획기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번 방문은 실무 차원의 문제로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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