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부상자 속출…갱단 활개·콜레라 유행 속 총리, 국제사회에 'SOS'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갱단의 잔혹한 폭력과 콜레라 유행 등으로 주민 삶이 위협받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폭우에 이어 지진까지 덮치면서 최소 54명이 사망했다.
6일(현지시간) 아이티 시민 보호국(DGPC)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주말을 낀 2∼4일 전국을 강타한 폭우로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한 곳곳에서 강과 주요 하천이 범람했다.
넘쳐흐른 물이 주택가까지 덮치면서 지금까지 51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당국은 전했다.
이 기관은 또 140명이 다치고 3만1천519채의 가옥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이재민은 4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부 지역에서는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치단체는 "농업 분야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현지 매체인 아이티언 타임스에 전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레오간에서는 학교 12곳과 보건소 3곳에 물이 들어차 긴급 배수 작업도 진행됐다.
이번 집중호우는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해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허리케인 시즌은 11월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에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카리브해와 중미 지역에서는 잦은 폭풍우가 관찰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새벽 아이티 남서부 아브리코 인근 해상에서 규모 4.9(미국 지질조사국 기준) 지진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번 지진은 아이티 남서부 프티트루드니프 인근에서 관측된 규모 7.2 지진으로 2천200명 가까이 사망한 2021년 8월 14일 이후 거의 2년 만에 일어났다.
아리엘 앙리 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비상재난안전센터에서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구호기관과 함께 긴급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썼다.
아이티는 최근 수년간 극도로 불안한 치안 상황 속에 갱단 간 분쟁에 따른 강력 사건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부는 사실상 기능을 잃었고, 입법부 역시 의원들 임기 종료로 해산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는 콜레라까지 유행하면서 감염자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약 8개월 동안 703명이 숨졌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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