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프로강 하류…크림반도·자포리자 원전에 물 공급
개전 이후 '잠재적 표적'…젤렌스키, 작년부터 위험설 제기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6일(현지시간) 새벽 폭파 소식이 알려진 우크라이나 노바 카호우카 댐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남부 자포리자 지역과 격전지 중 하나인 헤르손 지역을 잇는 드니프로강의 기반 시설이다.
이 댐은 소련 시절인 1965년 카호우카 수력발전소의 일부로 건설됐다.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은 헤르손·자포리자주(州) 등지에 걸친 2천155㎢ 크기의 호수를 만든다. 이 호수의 저수량은 18㎦로 미국 그레이트솔트호에 맞먹고, 한국 충주호가 담은 물(27억5천t)의 6.7배 규모다.
드니프로강의 댐 6곳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있는 이 댐은 강을 끼고 있는 여러 요충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우크라이나는 노바 카호우카 수로를 막았고 이는 크림반도 식수난을 야기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물길을 다시 열었지만, 카호우카 댐 없이는 유량 조절이 쉽지 않아 위기는 또 찾아올 수 있다.
댐 북쪽으로 160㎞가량 떨어진 유럽 최대 핵발전소 자포리자 원전도 냉각수 공급을 위해 카호우카 댐이 필요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댐 폭발이 자포리자 원전의 즉각적인 방사능 위험으로 이어지진 않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파괴가 심각할 경우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카호우카 댐은 개전 이래 잠재적 공격 목표물로 자주 지목돼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헤르손 탈환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카호우카 댐을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탈환을 위해 공세를 펴는 동안 이 댐에 포격을 가했다고 맞섰다.
카호우카 댐의 수위는 인근 지역에 비가 많이 내리고 눈이 녹으면서 올해 4월부터 계속 상승 중이었다. 하루에 30㎝씩 차오르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 에너지 당국은 지난달 기록적인 수위 상승으로 댐이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카호우카 점령 때문에 강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AP·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에는 카호우카 댐에 대규모 균열이 생기고 강물이 헤르손 방향으로 범람하고 있는 사진 등이 유포됐다.
댐 공격 주체나 정확한 파괴 규모, 피해 상황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테러'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중이다.
올렉산드르 프로쿠딘 헤르손 군사행정부 책임자는 이날 우크라이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개 마을이 완전히 침수됐고 범람 피해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인근 주민 1만6천명이 '위험 구역'에 있다며 대피령을 발령하고 버스·기차로 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 인사인 블라디미르 레온티예프 노바 카호우카 시장은 댐 상부가 포탄으로 파괴됐고 저수지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관영 언론은 댐 폭발로 헤르손 지역의 14개 마을에 사는 주민 2만2천명이 홍수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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