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관계 해빙 분위기…이스라엘·이란·수단·예멘 문제 논의
(서울·테헤란=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이승민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블링컨 장관이 이번 만남에서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고 AFP가 전했다.
이 관리는 "그들은 지역 및 양자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허심탄회하고 솔직히 논의했다"며 "블링컨 장관이 인권 문제를 일반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인권 문제의 진전으로 양국 관계가 강화됐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인권 문제는 양국 관계에서 민감하다.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냉각됐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빈살만 왕세자가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7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을 때도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개인적으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사우디가 그동안 자국에 비판적인 미국인들을 수감한 점도 논란을 빚어왔다.
블링컨 장관과 빈살만 왕세자는 1시간 40분 동안 회담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문제, 예멘·수단 분쟁, 이란 핵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두 사람이 상당한 수준에서 의견을 나눴다"며 "어떤 부분에서 이견이 있고, 어떤 부분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진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리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문제와 관련해 가까운 미래에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양국이 이 사안에 대해서 계속 대화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화해에 공을 들여왔다.
이스라엘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바 있다.
국무부는 회담에서 인권 문제 외에 청정에너지와 기술 분야를 포함한 경제 협력도 의제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아프리카 수단에서 미국인들을 대피시키는데 사우디가 지원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블링컨 장관의 사우디 방문은 양국간 해빙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 방문 당시 미국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뿐 아니라 국제유가 문제에서 사우디와 이견을 보여왔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치솟을 때는 산유국인 사우디가 미국의 증산 요구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나 미국은 유가 안정, 중동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등 복합적 이유로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7일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여한 뒤 8일에는 사우디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블링컨 장관에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동했다.
중국과 걸프만 국가의 관계를 연구해온 조너선 풀턴 박사는 로이터에 "사우디·중국과의 관계는 사우디·미국 관계만큼의 깊이가 없다"며 "미·사우디 관계는 전략적인데 반해 중·사우디 관계는 거래적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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