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수용 호숫물 수일 내 못쓸 수도…"수개월간 시설 내 저수시설로 충당 가능"
인근 도시 냉각용수 사용·소방차로 물 운송 등 다각적 대비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폭발하면서 이 댐에서 끌어온 물로 원자로를 냉각하던 자포리자 원전은 냉각수 고갈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7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날 카호우카 댐이 일부 파괴된 이후로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던 호숫물의 수위가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단일 규모로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의 물로 채워지는 호숫물을 원자로 및 사용후핵연료 냉각 용도로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
IAEA는 댐 폭발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호숫물 수위는 83㎝가량 떨어졌다.
전날 오후 8시 기준으로 15.44m인 호숫물 수위는 12.7m 아래로 내려가면 물을 끌어 올리기가 사실상 어려우며, 현 추세라면 수일 내에 호숫물을 끌어오지 못하는 상태까지 수위가 내려갈 것이라고 IAEA는 추정했다.
원전에서는 자칫 최악의 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봉 노심용융 사태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력과 냉각수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댐 폭발로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가 곧바로 끊기지 않으며 수개월간 버틸 여유가 있다는 IAEA의 진단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원전 옆 냉각수 연못이 현재 가득 차 있고 원자로 6개가 모두 정지 상태에 있는 만큼 몇 달간은 호숫물 없이도 냉각수를 공급할 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 충격이 없더라도 중장기적 냉각수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자포리자 원전 운영진은 원자로 및 사용 후 핵연료 수조 냉각 등 필수적 안전 활동에만 물이 사용될 수 있도록 물 소비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IAEA는 전했다.
원전 인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에서 물을 공급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포리자 원전으로 들어갈 화물 운송망이 갖춰진 에네르호다르의 항구 지역에 있는 저수 시설에서 냉각수를 가져오는 방안이다.
아울러 이동식 펌프와 소방차 등으로 인근 지역에서 물을 옮겨오는 방안까지도 유사시 동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내주 자포리자 원전을 직접 방문해 냉각수 공급 계획을 비롯한 원전 안전 관리 실태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IAEA는 "현 자포리자 원전 상주 인력을 교대해 줄 팀원들과 함께 그로시 사무총장이 내주 자포리자 원전으로 가서 상황을 평가하고 원전 안전관리 대책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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