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네바서 곡물협정 연장 협상 예정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산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를 우크라이나로 운송하는 파이프라인 일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공작원들에 의해 폭파됐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주장했다.
이는 암모니아 수송 재개 문제를 포함한 흑해곡물협정 연장 협상을 이틀 앞두고 나온 발표여서 협상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을 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를 벌이는 우크라이나 세력이 러시아산 암모니아를 수출하는 데 사용하는 파이프라인 일부를 지난 5일 저녁에 폭파했다고 발표했다.
폭발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을 지나는 수송관에서 발생했으며 몇몇 민간인이 폭발 때문에 다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총길이가 2천500㎞에 이르는 이 수송관은 러시아 사마라주(州) 톨리아티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까지를 이어준다. 러시아산 암모니아를 이송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측은 아직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유엔 측은 오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흑해 곡물협정 연장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유엔개발회의(UNCTAD)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협상이 금요일(9일) 제네바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아직 변동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협상에는 러시아 측 대표와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흑해 봉쇄로 고조된 세계 식량난 완화를 위해 지난해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120일 기한으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3월 두 번째로 연장됐으나, 협정 기간을 두고 이견을 빚은 끝에 지난달 18일 다시 연장이 합의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후로도 협정의 일부인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 수출 허용 등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암모니아 수송관 가동을 재개해 비료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러시아 측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다. 유엔은 흑해 곡물 수출길이 다시 막히는 일이 없게 하려면 러시아 측의 입장을 고려해 실무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흑해 곡물 협정은 세계 식량난과 관련을 맺는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 중 하나로,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자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암모니아 수송관 폭파 사건을 주장하고 나오면서 오는 9일 협상장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폭파 사건의 구체적 경위나 사실관계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러시아가 협정 이행의 진정성을 문제 삼으며 또다시 협정 탈퇴 카드를 거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폭파 사건을 둘러싼)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수송관을 재가동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던 유일한 나라가 우크라이나라는 점은 이미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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