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동부연합군' 공격으로 나토 집단방위 조항 발동 가정
미사일·드론 공격 방어, 공항·항구 수비에 중점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의 카호우카 댐 붕괴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변곡점에 선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다음 주 독일에서 열흘간 사상 최대 방공훈련을 벌인다.
독일이 가상의 동부연합군에 공격당했을 경우를 가정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유럽을 방위하기 위한 훈련이다.
잉고 게르하르츠 독일 연방공군 참모총장은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에어디펜더23' 방공훈련을 통해 나토동맹의 방위능력을 인상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에는 나토동맹 차원의 방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게 명확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번 훈련은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나토동맹 창설 이후 최대 규모 훈련에는 25개국이 참여한다. 훈련에는 나토군 1만여명과 미 전투기 등 공군 항공기 100대를 비롯해, 250대의 전투기와 항공기 헬리콥터 등이 동원된다.
이번 훈련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4년 후인 2018년 독일 연방군의 제안에 따라 계획됐다. 그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리라는 것은 당시에는 예상되지 못했다.
연방군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독일 발트해 연안 로스토크항에 가상의 동부연합군이 특공대와 함께 사보타주 공격을 가해 서방이 나토 집단방위체제를 상징하는 나토 조약 제5조를 발동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나토군은 순항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을 방위하고 공항과 항구를 지켜내는 훈련을 한다.
에이미 굿맨 주독미국대사는 같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훈련은 나토동맹의 단결과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훈련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보는 모는 이들에게 인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변경된 상황을 감안해 훈련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진정한 안전은 전쟁을 막는 경우에만 얻을 수 있다"면서 "충분히 대비돼 있다면 전쟁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1951년 한 미군 장군의 발언이지만, 이런 중요한 생각은 오늘날 당시보다 현실이 됐다"고 덧붙였다.
훈련은 독일 영공의 대부분에서 진행된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니더작센주, 라인란트팔츠주, 바이에른주 등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며, 주된 훈련 공간은 발트해 영공이 된다. 네덜란드와 체코도 거점으로 활용된다.
독일 항공안전노조는 이번 훈련으로 민간 항공기 운항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티아스 마스 항공안전노조 위원장은 "대대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콘트롤은 시뮬레이션 결과, 훈련기간 동안 민간항공기가 매일 최대 5만분간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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