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틀 내 양국 공조 등 논의"…美 고위인사 잇단 사우디 방문 의식했나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하고 국제 유가 조절을 포함한 양국 협력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마침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합병키로 하면서 양측간 '골프 전쟁'이 마무리되고,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손을 내민 와중에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 '훈풍' 기류에 질세라 러시아가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간 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양측이 원유 수급 균형 유지를 위해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해주는 OPEC+ 틀 내에서의 공조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OPEC+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로, 주기적으로 회원국 장관급 회의를 열어 원유 생산량 등을 결정하고 있다.
지난 4일 회의에선 사우디가 내달부터 추가로 하루 100만 배럴(bpd)을 감산하고, 러시아는 지난 3월부터 시작한 50만 bpd의 감산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OPEC+는 앞서 지난 4월 초에도 미국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고 지난해 10월에 뒤이은 추가 감산을 결정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또 이날 회의에서 양국 간 경제·무역 관계 확대, 투자·운송·에너지 부문 유망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양측은 이 밖에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 확보 문제를 깊이 있게 검토했으며, 다른 다자 기구 채널을 통한 양국 협력 문제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은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앞서 지난 4월 말에도 전화 통화를 하고 국제 유가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에너지 부문 협력을 축으로 한 러시아와 사우디 간 관계 강화는 미국·사우디 협력 체제에 대한 견제 성격도 띠고 있다.
지난 2018년 빈 살만 왕세자 지시로 실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뒤 냉각됐던 미·사우디 관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치솟을 때 산유국인 사우디가 미국의 증산 요구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층 악화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은 유가 안정, 중동 내 중국·러시아 영향력 확대 견제 등의 복합적 목적으로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각각 지난달과 6일 연이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각종 양자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솔직히 논의했다"고 미 당국자가 전했다.
같은 날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골프라는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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