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수천 명 대피…곡창지대·물고기 등 생태계 파괴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대형 댐이 파괴되면서 이 일대 마을이 물에 완전히 잠긴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의 위성사진을 통해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서 강 인근 마을이 홍수에 의해 파괴된 모습을 보도했다.
최대 100개 정착지가 홍수에 노출됐고 약 1만7천명의 주민이 대피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집과 건물들은 지붕만 남긴 채 물속으로 깊이 들어갔고 공원과 토지, 사회 기반 시설과 농장까지도 물에 잠겼다.
드니프로강 하류 연안 도시 노바카홉카에서는 댐 붕괴로 인한 홍수로 선박 부두가 물에 떠내려간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강 수위가 평소보다 3m 이상 상승해 구조대원들이 침수된 마을 주민들을 집과 옥상 등에서 구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근 마을 주민 4만1천명이 홍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산됐으나 이 중 일부만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수력 발전 회사 우크리드로에네르고는 마을을 뒤덮은 홍수가 며칠 이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을 수용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도시인 므콜라이우는 홍수를 피해 대피하는 주민들에게도 대피소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서도 35개 마을이 홍수 피해를 입었고 이들 마을에서도 건물 지붕까지 물이 차올랐다.
헤르손주 러시아군 점령지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는 러시아 정부의 일부 도움으로 2천700개의 침대를 갖춘 임시 주거 시설 48곳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주민뿐 아니라 환경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댐 파괴로 인해 농지 수백㎢에 물 공급이 끊겨 큰 곡창지대 중 한 곳이 이르면 내년에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물고기 수천마리가 죽었으며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져 물고기알이 부화하고 물고기 개체 수를 보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보건부와 환경 단체는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댐의 엔진실에서 약 150톤(t)의 기계유가 유출돼 하류로 유독성 물질이 흘러 내려갔으며 추가로 기계유 300톤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한 고문은 "전 세계적 생태 재앙이 발생하고 있으며 수천마리 동물과 생태계가 앞으로 몇시간 안에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긴급구호 조정관은 "온전한 재앙의 규모는 며칠 지나야 완전히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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