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방중 재추진설에 싸늘한 중국…"반대않지만 성의 보여야"

입력 2023-06-08 12:08  

블링컨 방중 재추진설에 싸늘한 중국…"반대않지만 성의 보여야"
정찰풍선 갈등·반도체 디커플링 겪으며 '美 변화 어렵다' 판단한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재추진 보도가 나왔지만 중국의 반응이 싸늘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블링컨 장관이 수주 안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하면서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여부를 묻는 말에 "당신이 언급한 문제에 대해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답했다.
통상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성사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외교 일정에 대해 질문받을 경우 "현재 제공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며 '현재'라는 단서를 붙인다.
이번에 왕 대변인은 '알지 못한다'거나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표현으로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라는 단서 없이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성사 여부·시기와 관련해 유동성이 존재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왕 대변인의 이 답변과 관련, 중국의 대외 강경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8일 자 사설에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한 중·미 양측의 태도에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고 썼다.
사설은 미국이 당초 2월 초로 예정했던 블링컨의 방중을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진입 사건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과도한 대응"이었다며 "중미 간에 드물게 있는 고위급 교류와 소통 기회를 날렸을 뿐 아니라 이미 사상 최저수준인 상호 신뢰를 더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사회의 전반적 정서는 미국의 성의를 보기 전에는 미국과 잠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상황과 관계없이 블링컨의 방중은 나쁜 일이 아니며 분명 반대하지 않을 것이나, 미국 쪽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충분한 진정성과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중국의 이 같은 기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압박 기조를 당분간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11월 발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지만 올해 들어 정찰풍선 사건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대응과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등 대중국 디커플링(분리) 가속 등을 목도한 중국이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환상'을 사실상 접은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즉,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찾더라도 미국이 거론해온 양국 관계의 충돌방지용 '가드레일' 확보 논의 이상은 어렵다는 게 중국 측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먼저 성의를 보이기 전에는 중국이 '정랭경온(정치적으로는 냉담하나 경제 분야에서는 협력)'의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와 동시에 중국은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디커플링 공세를 무력화하기 위해 우군 확보와 대서방 '갈라치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하반기 개최 예정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등을 계기로 개발도상국 진영의 우군을 다지는 한편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일부 주요국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균열을 내는 데 주력할 지 주목된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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