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열달간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2천895명이 검거돼 그중 288명이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8일 이런 내용의 범정부 차원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단속에서는 전세사기가 개인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으로 기획된 범죄라는 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주택 1만300여채를 보유한 '무자본 갭투자' 10개 조직과 허위 계약서로 전세자금 대출금 788억원을 가로챈 '전세자금 대출사기' 21개 조직을 적발하고 그중 6개 조직에는 조직폭력 범죄를 처벌할 때 쓰이는 형법상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렇게 되면 단순 가담자라 하더라도 전세사기 주범과 같은 무거운 처벌이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도 2020∼2022년 거래 중 전세사기 의심 거래 1천322건을 포착해 여기에 관여한 970명을 수사 의뢰했는데, 이 중 공인중개사 및 중개보조원이 414명(42.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임대인 264명(27.2%)보다 더 많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총 2천996명, 피해 금액은 4천59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는 주택 거래 경험이 부족한 20·30대 청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피해자가 1천65명(35.6%)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563명(18.8%)으로 그다음이었다. 피해자 10명 중 5명 이상이 20·30대인 셈이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이 가장 쉽게 사기의 표적이 됐다는 얘기다. 피해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빌라)이 1천715명(57.2%)으로 절반을 넘었고 오피스텔, 아파트, 단독주택 순이었다. 국토부가 수사 의뢰한 의심 거래와 관련된 임차인 중에서도 20·30대가 가장 많았다. 전체 588명 중 20대가 82명(14.7%), 30대는 250명(46.6%)으로 모두 61.3%를 차지했다. 의심 거래의 보증금 규모는 2천445억원이었는데 지역별로는 서울 강서구의 보증금 피해가 833억원으로 가장 컸고, 경기 화성, 인천 부평, 인천 미추홀, 서울 양천이 뒤를 이었다.
이번 단속 결과는 전세사기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피해자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젊은이를 비롯한 주로 취약계층이었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택임대차 계약 형태로 그동안 많은 사람의 내 집 마련 발판이 돼 왔다. 하지만 이번 단속에서 조직적인 사기까지 가능한 제도적 허점이 새삼 확인됐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확대 등 개선점을 서둘러 찾아 바로잡아야 함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서민들을 울리고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가는 전세사기가 이 땅에 더는 자리 잡지 못하도록 근절해야 한다. 아울러 전셋값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역전세난'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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